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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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6월 12일(수) 15:20
다윗이 또 맹세하여 이르되 내가 네게 은혜 받은 줄을 네 아버지께서 밝히 알고 스스로 이르기를 요나단이 슬퍼할까 두려운즉 그에게 이것을 알리지 아니하리라 함이니라 그러나 진실로 여호와의 살아 계심과 네 생명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와 죽음의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삼상 20:3)
But David took an oath and said, "Your fatherknows very well that I have found favor in your eyes, and he has said to himself, 'Jonathan must not know this or he will be grieved.' Yet as surely as the LORD lives and as you live, there is only a step between me and death."
 
다윗에 대한 사울왕의 질투는 날이 갈수록 그 도를 더해 갔습니다. 다윗에게 갑자기 창을 집어 던지기도 여러번, 이번에는 그를 블레셋의 손에 죽게 하려고 교묘히 전장으로 내보냈지만 다윗은 번번히 승리를 거두어 오히려 그의 명성은 높아만 갑니다. 다윗에 대한 자신의 적의를 숨기기 위해 다윗을 자신의 딸과 결혼까지 시키지만 결국 사울은 다윗에 대한 살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다윗을 대놓고 수배합니다. 라마 나욧이라는 지방으로 피신한 다윗을 추격하여 사울이 그 지방까지 이르자 다윗은 다시 도망자의 신세가 되는데 이 때 사울의 큰 아들 요나단이 다윗을 몰래 찾아 옵니다. 요나단은 사울의 왕자이면서도 다윗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속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 요나단에게 다윗은 위와 같이 신세 한탄을 합니다. "나와 죽음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다."
 
'리미날리티'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라틴어원을 가진 영어인데 원래는 '문지방', 그러니까 집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더 넓은 의미를 가지게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의 존재'를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이 '나와 죽음 사이는 한 걸음 뿐이니라'고 말했을 때 다윗은 리미날리티, 즉 삶의 문지방 위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요나단에게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문지방' 위에서 괴로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윗만이 아닙니다. 우리 또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상태를 겪을 때마다 '문지방'을 경험합니다. 병으로 고통 받을 때, 비난에 괴로워 할 때, 궁핍할 때, 혹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 신분조차도 사실 모두 우리를 문지방 위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이 '문지방 현상'은 사안의 객관적 심각성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의 놀림에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 '문지방 현상'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보편적인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는 곳이 바로 이 문지방 위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다윗은 사울과 달리 하나님을 너무나 사랑한 왕이고 또, 가장 훌륭한 왕으로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윗의 삶은 사울에게 쫓기던 초창기는 물론 밧세바를 범하는 죄를 짓는 중기, 그리고 아들인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키는 후기에 이르기까지 줄곧 '문지방'에서 내려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러니까 '사는게 사는게 아닌' 상태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또 하나님을 높입니다. '문지방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문지방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오늘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곧 죽어 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나 위태로운 처지에 있지 않습니까. 문지방 위에 올라가 있진 않습니까. 하지만 그 곳은 당신이 하나님과 당신 자신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동물에게는 문지방이 없습니다. 인간의 리미날리티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인 것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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