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서면 하산을 준비하라

정상에 서면 하산을 준비하라

[ 논단 ] 주간논단

함영준 집사
2013년 06월 12일(수) 14:00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던 뉴질랜드 출신의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卿:1919~2008)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봉을 정복할 수 있었나요?"
"뭐, 간단합니다. 한 발 한 발 걸어서 올라갔지요."
 
그는 산악인이면서 성숙한 인간이었다. 평생 성실과 박애정신으로 살아오면서 평범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일을 완수하기 위해 환상적인 영웅이 될 필요는 없다. 도전적인 목표에 도달하려는 동기가 충만한 보통사람이면 족하다."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정상(頂上)에 간절히 오르고 싶기 때문에, 정상이 거기 있기에 오르고 또 올라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고되고 힘들다. 높은 산일수록 더 험난하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왔다는 성취감, 거칠 것이 없다는 호쾌함. 천하가 내 발 아래 있다는 정복감에서 기쁨이 넘친다. 그러나 정상은 비바람ㆍ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이다. 오래 있으면 좋지 않다. 늦기 전에 하산해야 한다. 그러나 하산 길이 더 위험하다. 등반사고는 대개 하산하다가 일어난다. 고상돈, 고미영, 박영석 등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산악인들의 '최후'도 그랬다.
 
왜 하산 길에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의 경우 정상에 오르고 우쭐한 기분, 즉 교만에서 나온 방심이 사고를 유발시킨다.
 
권력의 정상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요 '만인지상(萬人之上)'이다.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질시의 표적도 된다.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험난한 곳이다. 그러나 내려가기는 싫다. 권력이 독재를 낳고, 독재가 재앙을 만든다. 교만, 탐욕, 무절제, 방심이 함께 자리한다. 결국 하산 시기를 놓친 독재자들의 말로는 비참하다.
 
1994년 흑인 최초로 남아공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는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고 수백만 동족을 살상한 '철천지 원수' 백인들을 용서하고 화해와 관용조치를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그는 또 자신은 나라를 통치하기에 적합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며 1999년 재선 요청을 뿌리치고 스스로 물러나 초야에 묻혔다. 만약 만델라가 아니었다면 남아공은 흑백간에 엄청난 유혈충돌과 권력 쟁탈전으로 큰 혼란에 시달렸을 것이다.
 
권력의 정상에 있을 때 만델라를 이끈 것이 겸손과 관용의 정신이다. 그는 오랜 투쟁과 모진 감옥생활을 통해 권력의 해독과 용서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또한 그는 하산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수없이 오르고 내린다. 항상 실수나 악천후에 대비해야 하며, 정상에 올라가는 즉시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하산 길을 택할 것인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힐러리 경은 세계적 영웅이 됐지만 이후 평생을 후진국 네팔을 돕는데 바쳤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첫 인간이라는 기록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 것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통해 겸손과 관용을 배웠다는 점이다."

함영준 집사(명성교회 코바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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