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어떻게 영웅인가?

다윗이 어떻게 영웅인가?

[ 논단 ] 주간논단

함영준 집사
2013년 05월 10일(금) 13:23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은 용감한 장군이요, 관대한 지도자이면서 하나님을 충심으로 섬기는 이다. 그런 그도 큰 실수를 저지른다. 부하 장군의 아내를 탐한 나머지 그 장군을 사지에 빠뜨려 죽게 하고 그녀를 취한다. 이를 지켜 본 자식들간에 근친상간, 살인, 그리고 쿠데타 등이 발생한다. 이 패륜적 스토리만 보면 그는 대표적인 인생의 실패자여야 한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 1500만 유태민족 제일의 영웅이다.

아무리 옛날 왕국시대라 하더라도 다윗은 간음과 살인과 거짓말과 도둑질 등을 금한 십계명 율법을 크게 어긴 범죄자요 무도자(無道者)다. 그런데 어떻게 제일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나 김구 선생이 이런 악행을 저질렀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을 영웅으로 받아줄 수 있을까. 십수년 전 미국에서 유태인들을 취재하면서 놀란 사실은 그들과 우리의 인간관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근엄한 당위론과 명분적 입장이라면 그들은 매우 현실적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유태인 마을 원로 인사는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는다. 중요한 것은 죄가 아니라 회개다. 어떠한 큰 죄를 지더라도 그가 진심으로 신 앞에 회개했다면 과거는 용서되고 새사람이 된다."

유태인들은 다윗이 인생에서 여러 잘못을 했지만 유태민족을 위해 잘 한 일이 누구보다 많았고, 진심으로 뉘우쳤으며, 충분한 벌도 받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그의 자손이 대대로 나라를 이끌 것임을 허락한다. 바로 그의 아들이 솔로몬왕이요, 나중 한참 지나면 예수가 나오게 된다.

다윗의 이야기가 내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인간의 공(公)과 과(過)를 분리해 생각하는 유태인의 유연성과 희망과 용서를 통해 인생은 언제든지 반전(反轉)이 가능하다는 상상력이다. 정(情)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삶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용인하지 않는 각박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 인생을 돌이켜보자. 전반기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했다고 치자. 그래서 좌절하고 있어야 하는가. 후반기 인생에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그대로 보자. 당신의 위선과 가식을 던져버리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란 말이다. 우리에겐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음험하고 비루한 나쁜 '다윗'의 모습이 있다. 반면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관대하고 포용적이고 이 세상을 보다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은 선한 '다윗'의 모습도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그 둘 사이 어디 쯤에 놓여 있을텐데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당신의 인생을 '나쁜 다윗'쪽으로 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선한 다윗'쪽으로 끌고 갈 것인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성숙해진다는 것은 더 이상 인생에 편견이나 환상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길목에서 때로 흔들릴 지라도 다시 새롭게 태어나 도전한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들이 가져야 할 마음적 자세라고 본다. 우리 인생도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인생은 아름다워! 내가 그렇게 만든다.

함영준 집사(명성교회 코바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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