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축복

조립식 축복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5월 09일(목) 10:59

43 사울이 요나단에게 이르되 네가 행한 것을 내게 말하라 요나단이 말하여 이르되 내가 다만 내 손에 가진 지팡이 끝으로 꿀을 조금 맛보았을 뿐이오나 내가 죽을 수밖에 없나이다 44 사울이 이르되 요나단아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내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하니 45 백성이 사울에게 말하되 이스라엘에 이 큰 구원을 이룬 요나단이 죽겠나이까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옵나니 그의 머리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은 그가 오늘 하나님과 동역하였음이니이다 하여 백성이 요나단을 구원하여 죽지 않게 하니라(삼상 14:43~44)
 
초등학교 시절의 제 취미는 단연 '프라모델 조립'이었습니다. 2학년 때 '아카데미 과학사'라는 가게 앞을 지나다가 2차 대전 때의 독일군 탱크의 정교한 35분의1 미니어처 모델을 본 후 저는 자나깨나 프라모델 생각 뿐이었습니다. 생일선물로 그런 것을 원했고 용돈을 모으면 곧장 '아카데미 과학사'로 달려 가곤 했습니다. 제 취미를 좀처럼 이해 하지 못하던 어머니는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뭐하러 그런 걸 밤새가며 만들어, 다 만들어 진 것도 많은데…" 하지만 전 바로 그 점이 좋았습니다. 아직은 탱크의 형체가 없는 수백 개의 부품들과 복잡한 조립설명서 한 장을 들고 눈을 감으면 멋지게 완성된 타이거 탱크의 위용이 눈 앞에 나타나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고 7시간 정도 후면 저는 결국 탱크를 멋지게 완성해 색칠까지 한 후 제 책상에 올려 놓고 탱크와 함께 전쟁터를 달리는 상상에 빠져들었습니다.
 
사울왕은 이스라엘의 멱살을 쥐고 흔들던 블레셋과의 나라의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위해 전장에 나섰습니다. 블레셋은 철기문명국이었고 힘없던 이스라엘에게 철기무기의 소지를 금지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소집된 군대는 왕과 그 아들 요나단을 제외하고는 농기구만 지닌 오합지졸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요나단의 용맹으로 블레셋 진여에 자중지란이 일어나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대승을 거둡니다. 하나님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완전한 승리에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마라'는 비장한 왕의 명령을 아들인 요나단이 듣지 못해 전투 중 벌꿀을 먹은 것입니다. 왕명을 어기면 사형입니다. 아들이라 할지라도 왕은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 큰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울이 가장 큰 공을 세운 큰 아들을 죽이려하자 이 때 모두가 왕을 말렸습니다. 결국 요나단은 살고 이스라엘은 온전한 승리의 축복을 누니는 해피엔딩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 중요한 점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바로 '축복은 조립식'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축복할 때는 모든 것이 완성되어있는 '완제품 축복'을 하실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축복은 언제나 '조립식'입니다. DIY(Do It Yourself)가구와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완제품 장난감 탱크'를 주시기 보다는 조립할 부품과 설계도를 같이 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의 '승리'역시 조립식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울과 아들 조나단이 조립해야할 그 '완벽한 승리'라는 탱크는 정말 난이도가 높은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충실히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려 했던 왕과 용맹한 아들, 그리고 충성스러운 백성들은 모두 지혜를 합쳐 그 탱크를 성공적으로 조립해 냅니다.
 
조립식 축복을 주신 하나님, 그리고 그 것을 훌륭하게 맞추어낸 백성들 모두의 승리입니다. 새차가 생겼는데 고장이 납니다. 애인이 생겼는데 날 귀찮게 합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몸이 아픕니다. 돈이 벌리는데 모이지가 않습니다. 모두 다 조립식 축복입니다. 그리고 모든 축복은 어차피 조립식입니다. 하나님은 주시는 역할을, 우리는 온전히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깐, 그 복잡한 '축복 탱크'를 조립하려면 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도 많이 조립해 봐서 그걸 안보고도 줄줄 외우지 않는 한은 조립도는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행복을 지어 붙여 완성해 줄 조립도가 바로 성경입니다. 말씀입니다. QT를 통해 여러분의 하나님의 축복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축복은 언제나 조립식입니다. 오늘 택배로 도착한 하나님의 부품들을 보며 그것이 완성된 모습을 가슴 벅차게 상상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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