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를 하는 이유

새치기를 하는 이유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5월 06일(월) 09:46
13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14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 하고(삼상 13:13-14)
 
일본에 몰아닥친 쓰나미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연의 엄청난 위력도 충격이었고 21세기 최고 부국 일본이 그 가공할 힘 앞에 쩔쩔 매는 것도 놀라운 광경이었지요. 하지만 그 난리 중에 조용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 그리고 우리를 의아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일본인들의 '줄서기'였습니다. 밥 한그릇, 된장국 한 사발 얻어 먹는데 6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그 누구도 불평도, 고함도 새치기도 없었습니다. 자연재해만 일어나면 약탈이 줄잇는 다른 나라의 모습만 본 우리에게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풍경이었던 것입니다.
 
일본인은 규칙에 강합니다. 아니 강하다 못해 규칙밖에 모른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텅 빈 식당에도 사람들이 들어찰 때 구석부터 차근차근 채워 앉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훈련받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밑바탕은 무엇일까요. 바로 '믿음'입니다. 차분히 기다리면 내 차례는 당연히 돌아온다는 믿음, 그 믿음이 너무나 강하기에 아무도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불안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 보지도 않는 것이지요. 그들의 그런 '믿음'은 대상은 비록 다르지만 우리네 권사님 장로님들의 그것보다도 오희려 강해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큰 소리로 믿음을 부르짖지만 정말 하나님을 믿는 것일까요.
 
'믿음'은 '기다림'의 다른 말입니다. 믿으면 기다립니다. 그것도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기다립니다. 조바심은 '불신'의 다른 표현입니다. 일본 사람은 한 줄로 서서 기다리고 중국 사람은 두 줄로 서서 기다리고 한국 사람은 1.5줄로 서서 기다립니다. 줄을 서기는 섰는데 서로 애매한 자세를 취하면서 서로를 감시합니다. 서로 믿기가 애매하다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울이 행한 일은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수가 허다한 적은 전열을 이미 정비했고 전투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제사장인 사무엘은 소식이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사울은 급한대로 자신이 제사를 집전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 것은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사무엘을 기다리지 않은 것은 하나님을 기다리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약속을 믿고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을 던져버리고 자신이 그냥 인간적인 방법으로 그 일을 행해 버리는 것, 그것은 자신이 하나님의 차례를 막아버리는 것, 다시 말해 하나님 앞으로 '새치기'를 해버리는 행위였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의 계명을 지키면 그가 복 주신다'는 약속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믿는다는 유일한 징표는 '아멘'이라고 힘차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목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나님의 차례가 왔을 때 하나님 식으로 일 하실 수 있도록 대기 하는 것, 그 것이 믿는 사람의 '액션'입니다. 당신은 조바심으로 일을 그르친 적이 있나요. 하나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저질러 버린 적은 없나요. 오늘부터라도 어려운 문제 앞에서 우선 하나님께 기도드림으로 물어보고, 하나님께서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신다면 믿음으로 기다리시길 기도합니다. 차분히 기다림이 믿음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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