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다움

교회다움

[ 논단 ] 주간논단

한헌수 총장
2013년 04월 30일(화) 15:54
최근 수년 동안 숭실대학교는 대학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로 '숭실다움'을 안팎에 천명해왔다. 숭실다움이란 말은 숭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숭실대학이 하나님이 세우신 한국 최초의 대학이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을 가장 많이 육성한 대학이라는 것을 아는 이라면 어렴풋이나마 그 뜻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숭실다움'이란, 하나님을 신앙하는 믿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력의 상징이다.

그럼 '교회다움'이란 말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교회를 다니며 예수를 아는 사람들은 뭐라 생각하고, 교회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해 낼까? 사전에서는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고백하고 따르는 신자들의 공동체'로 정의한다. 그래서 교회를 아는 이라면 교회다움을 '예수를 제대로 따르는 모습'이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교회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교회다움에 대해 무엇을 연상할까? 놀랍게도, 교회를 모르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교회다움이란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이는 이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것이 교회가 가져야 할 본연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교회는 여러 면에서 사회의 근심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문제라 인식되는 일들이 교회 내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음이 그 이유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교인으로서는 억울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열 번 발생한 데 반해 교회에서는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고, 수만 개의 교회 중에 겨우 한두 개의 교회에서 발생하였을 뿐인데, 마치 모든 교회에서 항상 일어나는 것처럼 지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억울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교회를 모르는 사람들이 역설적이게도 교회가 본질적으로 교회다워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는, 교회가 교회다워지면 지금의 지탄이 지지와 참여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다워지면 참 부흥이 일어날 수 있음을 세상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근심이 된 것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물어본다. "왜 교회에서 교회답지 못한 일들이 생기는가?" 답은 간단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따르는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예수님을 기쁘게 하는 일보다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 칭찬받는 것보다 세상이 주는 명예로 치장하는 것을 더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하나님께 바치는 것보다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가진 것을 세상과 나누기보다는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나누어 왔기 때문이다. 교회를 내가 개척하고 키웠으니 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답을 안다면, 큰 교회부터, 아니 작은 교회부터, 그리고 목회자부터, 아니 평신도부터 예수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또 고백한 대로 따르자.

한국교회는 큰 고민에 빠져있다. 새로운 전도는 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이룰 청년을 점점 교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게 교회다워지라는 크고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해법을 찾기를 소망한다. 선친(曉光 한완석 목사)이 생전에 하신 "장로교회는 장로교회다워야 하고,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며, 교인은 교인다워야 한다"하신 말씀을 떠올려본다.

한헌수 총장(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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