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까?

괜찮습니까?

[ NGO칼럼 ] NGO칼럼

배승룡
2013년 04월 09일(화) 16:09

최근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봄날씨 답지 않게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일기였던 주말에 시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약식 등반대회를 개최했다. 비장애인들이 보기에는 등반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뒷동산에도 못미치는 공원 형태의 길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도와 함께 어울리며 길을 걷는 행사였다. 필자는 다른 행사가 있어서 참가하지 못하고 이 행사를 주최한 시청의 한 고위직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행사를 접하게 되었다. 멋진 행사사진과 함께 많은 장애인들이 참가하여 뜻 깊은 행사였다는 글까지. 본인은 댓글을 통해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사를 기획해 주시고 시행해 주심에 감사를 표하였다. 몇시간 흐른 후 카카오스토리라는 또 다른 형태의 SNS를 통하여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장애인단체 대표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의 욕설이 들어간 글과 이 행사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의 글이 올라와 있었고 장애인인듯한 여러 사람의 댓글도 이 글을 작성한 분의 논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올라와 있었다.
 
그날의 행사를 양쪽의 글을 유추하여 보면 이렇다. 시청에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시 산하 장애인 체육회와 함께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림 등반대회를 기획하고 이날 시장님을 비롯하여 시의원 등 많은 지역 인사들과 지역 내 여러 장애인 단체 관계자 및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를 진행하였다. 장애인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기획도 좋았고 행사내용도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좋았는데 행사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의 품위 또는 품격까지는 고려치 않은 것이 이 행사의 옥의티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가지 이야기하자면 장애인은 지적장애인도 있을터이고 자폐성장애, 시각장애인 등 15가지의 장애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이 행사에 가장 많이 참여한 지체장애인들은 행사장인 공원의 작은 언덕과 울퉁불퉁한 길이 여간 쉽지않은 코스였고 특히 휠체어를 타고 참가한 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 자원봉사원들이 자신을 몇 차례 두 세 사람이 합세하여 들어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 상황을 직접 당한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짐짝' 취급받는(자원봉사원들의 선한행위와 상관없는 당사자의 느낌) 불쾌감을 맛봐야 하는 곤혹스러움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카카오스토리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제0회 00시 장애인체육회 어울림 등반대회, 00시 홍보대사 000 전 선수와 함께… 비도 오고 코스도 장애인들에게는 난코스이고, 특히 너무나 정치적인 냄새가 다분한 행사였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XXX XXX~~~"
 
사회복지를 하면서 우리는 간혹 이러한 상황에 적잖이 맞닥뜨린다. 처음 연재에서 밝혔듯 공급자 중심의 복지가 이러한 헤프닝을 연출하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사회복지계에 발을 디디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추운 겨울날 복지관에서 많은 자원봉사원들이 만든 김장김치를 가지고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했을 때 목격했던 어르신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표정에는 '또 김장김치냐, 너희는 김치만 먹고사냐, 나는 다른 것도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표정. 그랬다. 복지관 뿐 아니라 시청에서도 동사무소에서도 모단체에서도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에서도 겨울이면 너도나도 '배려'라는 좋은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모두 김장김치만 주구장창 갖다 드렸으니 아마 이 어르신이 반가워할리 만무했던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일본의 시설 이야기다. 그 요양시설의 케어자들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감기거나 옷을 입힐 때나 모든 케어행위시 어르신들에게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고 한다. 케어자의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이 아니라, 정녕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불편한 상황에 처해있는 그래서 배려도 좋지만 더 나아가 내 품위와 품격을 높여주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그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케어를 하고자 하는 진심을 담은 "괜찮습니까?"
 
이러한 질문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넘어 각 개인의 품위와 존엄성을 지켜주는 윤리이념을 깨닫게 되었을때 사회복지실천의 수준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배승룡(한국장로교복지재단 신곡실버문화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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