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들처럼

나도 남들처럼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축복의발견
2013년 04월 05일(금) 09:31
16 그가 또 너희의 노비와 가장 아름다운 소년과 나귀들을 끌어다가 자기 일을 시킬 것이며 17 너희의 양 떼의 십분의 일을 거두어 가리니 너희가 그의 종이 될 것이라 18 그 날에 너희는 너희가 택한 왕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되 그 날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응답하지 아니하시리라 하니 19 백성이 사무엘의 말 듣기를 거절하여 이르되 아니로소이다 우리도 우리 왕이 있어야 하리니 20 우리도 다른 나라들 같이 되어 우리의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우리 앞에 나가서 우리의 싸움을 싸워야 할 것이니이다 하는지라(삼상 8:16-20)
 
오래 전 소박한 차를 그냥 타고 다니던 저는 문득 같이 방송을 진행하던 친구의 차가 참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모양이 매끄러운 것은 물론 '부웅'하는 엔진소음마저 멜로디처럼 느껴져 그 차가 제 마음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하나님 아닌 지름신(?)을 갈구한지 1년 후 같은 차를 사고 말았습니다. 정작 그 차를 가지고 있던 동료는 말렸는데도 그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는 건 쉬워도, 수리비가 더들어. 게다가 차가 올라가면 다른 소비도 다 맞춰 올라가. 난 팔고 작은 걸로 바꾸려는데 왜 그걸 사?"  하지만 이미 '남들처럼' 멋진 차로 성공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고 귀가 먹었습니다. 제가 저축과 보너스를 털고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월부로 돌려서 새 차를 장만하는 것과 동시에 제 친구는 좀더 경제적인 모델로 차를 바꾸었습니다. 결국 정신을 차렸을 때 전 빈털털이가 되어 있었고 기름값과 어마어마한 유지비, 그리고 고장나면 천문학적 수리비에 눌려지내는 것은 물론, 동네 수퍼마켓도 차를 몰고 가는 새 차에 대한 과도한 애정 행각으로 몸무게까지 7키로 가량 불어 있었습니다. 나의 경제와 건강 생활 주도권을 차에게 내주고 그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차가 저를 끌고 다니고 있었던 거지요. 
 
오늘 본문의 사무엘은 '남들 처럼' 멋지게 왕이 통치하는 나라를 달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에 대해 사무엘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청년들은 다 징집 되어 갈 것이고, 너희 재산들도 다 징발될 것이다." 그리고 또 말합니다. "너희는 너희 왕의 종 노릇 할 것이고, 결국 하나님께 부르짖을 것인데 하나님이 그 때에 너희의 기도를 모른척 하실 것이다." 사무엘은 알고 있었습니다. 왕을 세워달라는 백성의 요구가 진정한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나도 남들처럼 멋지게'라는 헛된 영광에 대한 욕구의 발현임을. '헛된 영광'의 줄임말이 '허영'입니다.
 
그로부터 수 천년이 지난 지금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갈구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그 억지 기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도의 내용이 가지고 싶은 것이든, 이루고 싶은 것이든 간에 기도 제목 앞에 괄호를 붙이고 '나도 남들처럼'을 넣으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까. 진정한 기도는 '허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진정한 기도는 나를 종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진정한 기도의 앞에는 '나도 주님처럼'이라는 괄호가 들어 갑니다. '나도 남들처럼'의 기도는 끝도 없고 만족도 없고,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영원한 노예로 만들어 그것을 벗어날 수 없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무엘의 충고를 귀담아 듣는 여러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이스라엘 백성을 반면 교사로 삼아 지혜를 배우시길 바랍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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