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내듯

오늘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내듯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운용 교수
2013년 03월 21일(목) 11:46

19세기 중반 영국 황실 해군의 제독이었던 존 프랭클린은 대서양에서 북극을 거쳐 태평양에 이르는 항로를 발견하는 영광을 얻고자 했다. 당시 파나마 운하는 생기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동양으로부터 갖가지 보물들과 물자들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모든 배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서 오거나 남아메리카를 지나서 항해해야 했다. 누군가 동양으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한다면 그는 영웅이 될 것이기에 그건 탐험가들의 관심사였다. 프랭클린은 그가 원하던 바대로는 아니었지만 널리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다. 엄청난 노력과 도전 끝에 새로운 항로를 발견했지만 그것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40여 명의 탐험대가 실종된 프랭클린 일행을 찾기 위해 나섰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엇이 일어났으며 왜 죽음을 맞았는지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밝혀진 바로는 프랭클린 일행은 영양실조에 걸렸고 얼어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의 여정을 위한 적당한 양의 양식들을 준비하지 못했고, 배의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는 석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항해 전에 내린 잘못된 결정 때문이었다. 보물로 생각되던 것을 싣기 위해 식량도, 배의 보일러 가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석탄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탄을 실을 방이 없어서 아니라 그곳에 다른 것을 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배에 50건반이 넘는 오르간도 실려 있었고 1천2백권이 넘는 책도 실려 있었다. 귀족들에게 선물할 화려한 본차이나 도자기도 엄청 싣고 있었고 아름다운 크리스탈 그릇과 은으로 만든 무거운 식탁 물품들도 실려 있었다. 문제는 그 항해가 생각보다 길어졌고 식량과 석탄이 떨어져 돌아오는 길에 북극에서 모두 얼어 죽었다. 프랭클린은 배의 간판에서 얼어 죽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중 몇 사람들은 북극 지방의 원주민 마을에 찾아가 첫 겨울을 보내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했다. 그러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 겨울 그곳에서 죽었다.
 
그들은 생명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고, 욕심을 따라 가는 여정은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영광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영광을 위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것을 지켜가야 함을 알지 못하면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고난주간은 십자가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닦는 절기이다. 우리는 지금 십자가를 통해 허락하신 새 생명과 영광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정완연 시인은 그의 시, '초봄'에서 그렇게 노래한다.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내면 /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낸다 /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 빛도 닦으리." 그렇다. 오늘은 입김 불어 유리창을 닦아내듯이 오늘 나의 영혼을 닦아야 한다. 맑아지면 하늘도 보이고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피어나듯 더 큰 부활의 영광도 보게 되리. 지금 우리들의 삶의 자리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김운용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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