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희망을 꿈꾸다

마을에서 희망을 꿈꾸다

[ NGO칼럼 ] NGO칼럼

배승룡 관장
2013년 03월 14일(목) 16:07

요근래 사회복지 분야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마다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사안을 꼽으라면 필자는 '마을 만들기'라고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다. 필자도 거주하고 있는 의정부에서 이모양 저모양으로 '마을 만들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고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좋은 분들을 만나 의논도 하고 모임도 갖고 있다.
 
서울만 보더라도 여러 형태의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년에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마을공동체사업 실천전략을 담은 '서울시마을공동체사업 활용설명서'를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기초자치단체에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다양한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을 양산해내고 있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 상황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유형을 달리한 마을만들기가 우리사회의 새로운 대안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우리사회가 그동안 성장일변도의 국가정책을 유지해온 결과에 대한 반성에 기인한 것이며, '사람'을 중심에 두기 보다 '개발'로 대표되는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폐해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결과로 보인다. 익히 알고 있듯이 국가경제지표는 높아만가고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위상은 높아져갔다고 하는데 왜 우리의 삶은 점점더 어려워지고 경제, 교육, 문화,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공동체는 고사하고 내 이웃도 믿지 못하고 극단적 이기주의와 패거리 문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한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의 말씀을 빌리지 않고 필자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먹는 것, 누릴 것, 노는 것이 태부족하였어도 가족과 친구, 그것들을 지탱해주는 마을이 있었기에 아련하지만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사회복지제도가 부족하였어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그것을 부족하나마 채워내고 서로 어렵지만 지탱할 수 있었다.
 
작년쯤 우연찮게 먼지가 수북한 앨범상자에서 나의 어린시절 사진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사진속의 나는 늘 수줍지만 대부분 혼자가 아닌 가족과 친척들과 친구들과 웃는 모습이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어느 여름날 빨간 대야에 찬물을 부어넣고 누이들과 더위를 식히고 있는 사진, 창경궁(그당시에는 창경원) 동물원 코끼리 사육장앞에서 교회 친구와 조막손 잡으며 잔뜩 폼낸 사진, 김밥과 사이다 한병 들고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냥 으스대며 초등학교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 등등. 3, 4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그 사진들을 보아도 흐뭇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요즈음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고급 카메라와 견주어 기능이나 성능에서 전혀 뒤질 것없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진은 셀카이거나 각종 악세사리로 치장되어 있는 스티커류의 사진 등이 주를 이루고 함께 찍기 위한 관계, 기쁨은 간 데 없고, 타인에게 자랑거리나 일방적인 배설에 지나지 않는 일방통행식 SNS용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금의 마을만들기들이 '사람간의 관계를 살리고,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또는 '마을만의 독특성과 전통, 문화'등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 그냥 사업비를 얻어내고 행정치적용으로 전락하여 정작 마을 공동체간의 관계를 훼손시키는 역작용을 생산해내는 사업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몇 년 전 총회 노숙인시설협의회에서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10여 년 선교활동을 하고 계신 선교사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You Host, My Guest", "저는 그냥 주님의 도구이고 손님일 뿐입니다. 캄보디아 현지인들이 말씀을 영접하고 그 말씀의 은혜를 전파하는데 조력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나를 최고로 사랑하라, 당신은 생산되지 않았고, 일괄 조립된 상품도 아니다. 당신은 창조에 의해 신중하게 계획되었고 특별한 재능을 받았으며, 사랑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맥스 루케이도) 이러한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함을 느끼고 주체가 되어 만들어져 가는 마을만들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배승룡 관장 / 신곡실버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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