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의 노년(老年)을 위하여

평강의 노년(老年)을 위하여

[ NGO칼럼 ] NGO칼럼

문미라 부장
2013년 03월 07일(목) 13:41
노인들에겐 원초적 두려움이 있다. 힘은 빠지고 능력은 줄었는데 나이 들수록 세월의 흐름이 빨라진다고 느끼면서 왠지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구세대'란 딱지가 붙어 내몰리면서 젊을 때부터 옳다고 믿어왔던 가치관에 혼돈을 느낀다. 여기에 설상가상 건강이 안좋다거나 주변 또는 자녀와의 갈등마저 있다면 두려움을 넘어 고독과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된다.

흔히 인사로 주고 받는 '평강(平康)'이란 말은 정신적 평안함과 육체적 건강함 이 모두를 의미한다. 불안과 두려움의 늪에서 정신적 평(平)과 육신의 강(康)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지난 날의 삶에서 자신을 옥조이고 억눌렀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곰곰 생각해보자.

낙타가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모든 짐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추어야만 좁은 문을 통과할 수가 있다. 강기슭을 오르려면 뗏목을 버려야만 한다. 이제 인생의 황혼녘인데 버릴건 미련 없이 버리고 어둑해지는 황혼길에 나아갈 방향을 잡아줄 나침판을 새롭게 들여다보자.

필자는 장로교단의 양로기관인 공주원로원에서 10여 년을 근무하면서 입주해서 사시다가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수많은 어른들의 삶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우리 원로원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어 비교적 건강한 어른들은 양로부에, 치매나 중풍이 있어 24시간 수발이 필요한 분은 요양부에 계시게 된다. 현재 입주한 어른들의 평균년령은 86세쯤 된다. 1백20명 중 90세가 넘는 분도 40여 명이며 1백세 노인도 계신다. 따라서 수명으로 계산한다면 평균 90세쯤 사신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노인 평균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면서 늘 평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공주원로원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한 쾌적하고 훌륭한 시설인데다 삶의 기본조건인 뭘 먹고 어찌 자야할지 생계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육체와 정신적 건강을 챙기면서 하늘나라에 가기까지 신앙을 재충전시키는 일만 남은 것이다. 노후의 남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믿음과 소망 가운데 영적 삶을 살면서 하늘나라에 조금씩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은혜가 넘치는 새벽기도로부터 하루가 시작되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찬송소리를 들으면 '과연 여기가 평강의 동산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달픈 인생길, 푸른 초장의 쉴만한 물가에서 평강의 노후를 보낼수있다면 그또한 복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미라 부장 / 공주원로원 양로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