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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24일(목) 11:50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너는 허망한 풍설을 전파하지 말며 악인과 연합하여 무함하는 증인이 되지 말며"(삼상 23:1)

얼마전 한 예능프로에 DJ Doc의 멤버들이 나왔습니다. MC가 분위기를 고조 시키던 중 과거에 탈퇴한 멤버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는데 이들은 대뜸 "그는 음치였다"고 말하고는 재미있게 웃어 재꼈습니다. MC가 "그 분 없는데 이렇게 말해도 되는가?"라고 걱정어린 멘트를 했지만 이들은 궤념치않고 농담을 계속했고, 시청자들은 "방송에 나와서 저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사자에게 고소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허위 사실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소장에서 그는 "박치가 아닌 자신의 명예를 근거도 없는 말로 실추 시켰다"고 했습니다. 오늘 말씀에 나오는 '허망한 풍설'을 전파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런 사단이 났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사람이 없는 자리에게 그 사람을 가볍게 흉보는 것이 서로 고소를 할 만한 사안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그것을 죄라고 고소한다면 수갑차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싶습니다. 두 번째로 '말리는 시누이' 역할의 MC입니다. 남 흉보게 다 유도해 놓고  "그런 말씀 하셔도 되겠어요?"하며 뒷막음을 하는 MC도 허물 없다곤 할 수 없지만, 그 역시 '허망한 풍설 전파'의 대역 죄인으로 몰기엔 그 사안이 너무 사소한 것이 솔직히 사실입니다. 사실 사석에서 우리가 별의식 없이 하는 잡담은 거짓말 좀 보태서 '절반은 제 자랑, 절반은 남 흉'인 것은 동서고금 어딜가나 별로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고소사태의 진정한 원인일까요.

그것은 이들의 이 사소한 이야기가 '방송'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허망한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근거있는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면 우리중에 수갑을 차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말을 주고받음을 통해 자신이 아는 것이 근거 있음을 확인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근거있는 말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풍설(風說)'입니다. 개인의 '허망설'은 아직 위험하지 않지만 그것이 바람 속으로 들어가 세상으로 흘러가는 '풍설(風說)'은 관계를 해치고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됩니다. 한 사람의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잘 나가던 연예인들이 추문에 휩싸이는 것은 '방송'이 개인의 '허망설'을 바람 속으로 뿜어냈기 때문입니다.

방송이 무엇입니까. 그저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가감없이 전달 할 뿐인데도 '방송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습니다. 만일 방송이 '허망한 이야기'를 절대로 바람 속으로 날리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절대로 불행한 피해자는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공할 능력을 가진 방송국 중에 세계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방송국이 있습니다. 사실 그 방송국만 잡으면 KBS도 MBC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 방송국은 '당신의 입'입니다. 우리의 입은 세상 모든 방송국을 구성하는 '원자'입니다. 우리의 입 없이는 방송도 없고 방송국도 없습니다. 물리적인 방송국은 그저 우리 입의 확대 재생산이며 가시적 현상일 뿐입니다. '허망한 말'이 사람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전달'이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살리는 말만 전달하는 방송국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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