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영웅론

우리 시대 영웅론

[ NGO칼럼 ] 우리 시대 영웅론

최수철목사
2013년 01월 16일(수) 13:50

[NGO칼럼]

그녀는 회장님이시다. 병원 간병인 일을 해야 생계가 유지된다. 서른 줄에 접어든 아들은 심각한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현재는 따로 살기에 마음만 안타깝다. 자신도 4차례나 인공관절이식 수술을 받았다. 매일 관절의 통증 때문에, 그리고 우울증 때문에 매끼 식사하고는 한줌의 약을 털어 넣는다. 내가 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런 속사정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얼마나 즐겁고 유머러스한지 만나면 웃음꽃이 핀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이런 저런 속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뜨끔하고, 본인은 괜찮은데 내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한정순회장은 '한국원폭피해자2세환우회' 회장직을 2008년부터 맡아 일하고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한국인들은 7만 여명이 거주했고, 그 중 3만 여명이 희생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피폭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았다. 피폭자 자녀들은 피폭 후유증이라는 천형을 짊어지고 살아가다가 한국원폭피해자2세환우회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정순회장은 2대 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합천을 중심으로 환우들을 보살피면서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를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와 형편은 환우회 활동을 시작하기 전과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의 환우들과 함께 삶을 나누면서 그녀의 삶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생긴 것이다.
 
그는 이사장님이시다. 서울역 앞에 위치한 1.5평 쪽방이 그의 거처다. 어려서는 형과 한 보육원에서 살다가 보육원에서 하도 때려서 형이 먼저 도망가고, 자신은 좀 더 있다가 도망쳤다. 그리고는 이태원에서 재봉 일을 배웠다. 열심히 일했다. 학교 앞에서 교복장사 할 정도까지 되었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하나 낳았다. 그러다가 선경, 삼성 등 큰 기업들이 교복장사를 하는 바람에 동네 교복집이 다 망하는 시절, 같이 망해서 가게를 처분했다. 어찌 어찌 재기하다가 다시 IMF 때문에 완전 망했고, 이혼에 아이와의 이별, 그리고 노숙인 생활을 시작했다. 전국을 떠돌다가 영등포 노숙인 당사자운동도 했다. 10년 동안 얻은 것은 3번의 대수술. 뇌종양과 척추 수술들이었다. 건강을 잃었다. 그러다가 동자동 지역 쪽방촌에서 희망을 찾았다. 주위 사람들과 협력해서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금은 2년 째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조합은 가난한 쪽방촌의 거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조합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으나 이태헌이사장은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와 형편은 조합 활동을 시작하기 전과 별로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이사장님은 어려운 처지의 조합원들과 함께 삶을 나누면서 그의 삶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 나는 한 회장님과 김 이사장님이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 강단에서 선포되는 메시지들 중에 전형적인 신앙적 영웅담이 존재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 속에 살던 어떤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성공하게 되는데 그 성공이란 것이 대부분 경제적 성공이나 사회적 지위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되는 신앙의 영웅들은 전체 신앙인 중 몇%가 될까? 모두 그런 신앙의 영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한국교회 신앙의 영웅은 오히려 현실의 삶의 정황은 달라진 것 없지만, 함께 살아가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공동체로 살아가는데 유능한 인물, 신앙을 통해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 신앙 영웅은 혼자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살았더라는 귀결보다는 어렵지만 함께 살아가는, 그래서 공동체를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기반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이 처음부터 예수님의 길이 아니었던가.

최수철 목사 / KD한국교회희망봉사단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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