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는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꽃을 찾는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 예화사전 ] 꽃을 찾는 사람은 정원으로

김운용교수
2013년 01월 10일(목) 15:33

[예화사전]

배고픈 멧돼지 한 마리가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서 헤매고 다닌 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먹이를 찾지 못했다. 큰 나무 밑을 지나는데 몇 개의 빨간 열매를 발견했다. 입을 대 보니 정말 꿀과 같이 달았다. 익어서 떨어진 홍시 감이었다. 배고픈 김에 얼마나 잘 먹었는지 배도 부르지만 그 맛이라는 것이 기가 막혔다. 떨떠름한 도토리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다 먹고 배부른 다음에 멧돼지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도대체 이런 맛있는 것이 어디에서 나왔을꼬?
 
그는 결론 내리기를 아마도 땅속에서 솟아나왔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땅을 파기 시작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땅을 파도 홍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자갈 속에는 다람쥐들이 숨겨놓은 작은 도토리들이 섞여 나왔다. 멧돼지는 곧 홍시 감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소망을 가지고 힘을 내어 계속 파내려갔다. 파면 팔수록 큰 돌도 나와서 작업은 점점 힘이 들었다. 그러나 홍시를 위해서라면 그러한 장애물 정도는 기꺼이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둥이는 피가 나고 살은 헤어졌지만 그렇게 며칠을 파고 파도 홍시는 나오지 않았다. 그 동안 땅 파는 일에 집중하느라고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는데 기진맥진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이길 만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져 먹고 다시 파기 시작했다. 결국 홍시는 찾지 못하고 멧돼지는 쓰러지고 말았다. 벌러덩 드러누운 눈앞에 무언가 빨간 것들이 가물가물 거리는 것이었다. 꺼져 가는 정신을 마지막으로 차려 다시 보니 그렇게도 찾고 찾던 홍시였다. 멧돼지의 마지막 말을 외치며 죽어 갔다. "멧돼지들이여, 홍시는 땅 속에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
 
홍시는 감나무에서 열리며 위를 쳐다보아야 그 열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간단하고 평범한 진리이다. 진리가 뭐 그리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든가? 나무 위에 매달아 놓으신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를 따르지 않고 자기 생각에 사로 잡혀 살아가는 순간 그는 벌써 미련한 존재가 된다. 죽어가면서라도 그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 실로 다행이지 않는가?
 
신앙생활이 무엇인가? 하늘의 길을 따르고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은 "사람은 언제 아름다운가"라고 물으면서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 / 사람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라고 했을 것이다.
 
새해가 새해일 수 있는 것은 나의 삶의 궤도와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을 때이다. 오늘의 시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욕망의 노예가 되게 만들고 하늘보다 땅만 파고 뒤지면서 살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시인 타고르는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고 했다. 꽃을 찾는 사람, 벌과 나비의 날갯짓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김운용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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