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고 싶은 대로 놓아둘 때 '우리도 사랑일까'

마음이 가고 싶은 대로 놓아둘 때 '우리도 사랑일까'

[ 말씀&MOVIE ] 영화-우리도 사랑일까

최성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21일(금) 10:11
[말씀&MOVIE]

우리도 사랑일까 (사라 폴리, 드라마, 청소년 관람불가, 2011)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의 저자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질병의 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여성의 몸은 지혜라고 말한다. 여성이 여성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내면에 담겨진 지혜를 잘 활용하면 갖가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외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도 자연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남성 중심적인 사회와 가부장적인 사고에 길들여진 여성은 자신의 몸과 내면을 억압하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그녀는 바로 이것을 여성의 몸에 질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기때문이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과 달라서 더 민감하게 호르몬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에 주의하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노스럽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여성이 직감을 말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성을 회복해야 여성이 질병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은 전적으로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임상 사례를 통해 여성이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정당한 일인가? 만일 여성이 자신의 마음이 가고 싶은 대로 놓아둘 때, 그때는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도 사랑일까'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여성 감독의 예리한 시각으로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크리스티안 노스럽과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사랑에 관한한 마음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여성의 마음과 몸의 갈등 관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떨림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루와 마고는 결혼 5년차에 접어든 부부다. 루는 닭 요리 전문가로서 다양한 닭 요리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마고는 프리랜서다. 부부는 수시로 닭살 돋는 대화를 즐기지만 사실은 결혼 생활에서 서로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서는 루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마고는 여전히 루와 긴장된 몸의 관계를 즐기고 싶은데, 루는 그렇지 못하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것도 이젠 지루하게 느끼는 것 같다. 동상이몽의 모습에서 서로가 공중에 부양을 한 채 착지할 곳을 찾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고는 글을 쓸 목적으로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남자 대니얼을 돌아오는  공항에서 만나고 또 같은 비행기에 동석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가 앞집에 살고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우연히 벌어지는 일에서 마고는 대니얼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몸의 상태로는 자신이 기혼자임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대니얼의 마음은 이미 마고에게 꽂혀있는 듯 하다. 그가 자신 주변을 맴도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마고는 결코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은밀히 이뤄지는 그와의 대화에서 남편에게서 얻지 못했던 감정이 솟아오름을 느끼며 놀란다.
 
둘 사이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감정의 줄다리기에서 마고는 철저히 자신이 유부녀임을 잊지 않는다. 몸은 루에게 속해 있으나 마음은 이미 대니얼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음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감당하지 못한 대니얼이 떠나버리자, 그때서야 마고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는 남편을 떠난다. 마고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루는 잘 알았기 때문이다.
 
몸의 예속에서 자유로워진 마고는 대니얼과 만나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며 세월을 잊은 듯 살아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그와의 관계도 전 남편 루와의 관계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알콜 중독자가 된 루의 누나를 통해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마음에 이끌려 살다 몸마저 빼앗긴 마고나 알콜에 이끌려 정신을 놓고 사는 자신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마고는 결국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사람은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사랑의 열정 역시 식을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영화의 수영장 샤워신에서 노인들이 젊은 여성들을 향해 말하고 있듯이, 감독은 새것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 역시 옛것이 되는 것임을 환기하고 싶은 것이리라.
 
감독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 사이에서 관계가 흐트러지든가 아니면 새로워지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성경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이미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렘17:9)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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