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에서 '하나'로

많은 것에서 '하나'로

[ 예화사전 ] 많은 것에서 '하나'로

이성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13일(목) 14:41
[예화사전]

대학재학 시절 군에 입대하여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였다. 6주간 동안 논산훈련소에서 기초훈련을 마친 다음, 8주간 동안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헌병 병과훈련을 마쳤다. 그리고 배치 받은 부대가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 전신인 수도경비사령부였다. 수도경비사령부에서는 다시 1주간 동안 자대훈련을 마치고 예하 부대에 배치된다. 앞의 14주간의 훈련보다 수도경비사령부의 1주간의 훈련이 훨씬 더 힘들었다. 그러나 15주간의 모든 훈련이 끝난 다음에 수도경비사령부에서는 1주간의 특별휴가를 주었다. 고된 훈련이었지만 15주간 만에 휴가를 간다는 것이 꿈만 같은 일이었다.
 
휴가신고를 한 다음 발걸음을 재촉하여 버스터미널로 갔다. 서둘러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휴가를 가는 발걸음은 하늘의 구름처럼 날 듯이 가벼웠다. 대구에 내려가는 동안 무엇을 할까 하나씩 따져보았다. 보고 싶은 친구들도 많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종이를 꺼내어 휴가기간 동안 만나보아야 할 친구들 이름을 적어 보았다. 먹고 싶은 음식들도 적어 보았다. 하고 싶은 일도 적어 보았다. 그러나 턱없이 짧은 시간에 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도저히 가능성이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다 하지 못한다면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하나만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는 동안 더디게만 느껴지던 고속버스가 대구에 도착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먼저 부모님께 훈련을 잘 마치고 부대에 배치되었다고 큰 절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잠시 앉아 부모님과 차를 마시고 어머니께 가방 하나만 가지고 오시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의아해 하시면서 가방을 가지고 오셨다. 옷과 성경찬송을 챙겨 넣고 다시 인사를 드렸다. "기도원에 다녀오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못할 바에야 하나만 하리라고 마음먹었던 것이 기도원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택한 하나이기에 특별한 은혜가 내리는 것을 체험하였다. 8월 중순의 뜨거운 햇살에 팔랑거리는 나뭇잎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보기만 해도 하나님의 영광이 넘치는 것이었다. 물이 흐르는 개울 옆 바위에 앉아 있노라면 물 흐르는 소리가 가슴에 새겨졌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사가 터지는 것이었다.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선택이 믿음이며, 신앙인의 길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길을 택하는 자에게 이전에 알지 못했던 놀라운 신비를 체험하게 하신다.

이성희목사 /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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