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UN 옵서버국가 승인, 한국은 기권표

팔레스타인 UN 옵서버국가 승인, 한국은 기권표

[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 팔 UN 옵서버국가 승인

이강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05일(수) 10:42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우리나라는 기권표 던져

지난 주 11월 29일 유엔총회에서 찬성 1백38, 반대 9, 기권 41표로 팔레스타인이 유엔 옵서버국가 자격이 통과되었다. 작년 총회에서 1백94번째 유엔 회원 국가로 가입을 하려다가 좌절된 후 1년 만에 한 단계 낮추어 유엔의 승인을 받았다. 찬성국가도 유네스코 가입 때 1백7개국에서 30개 국가나 더 늘었다.

사실 팔레스타인의 국가건립 기회는 1947년 11월에 있었다. 당시 유엔은 유대국가와 아랍국가를 인정하는 '두-국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즉시 국가를 세웠고, 아랍은 국가건립보다는 대 이스라엘 투쟁에 나섰다. 아랍 국가만을 주장하며 유대인들에게 땅을 떼어 준 유엔에 대한 강한 반발이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 옵서버 국가란 이름으로 어렵게 승인을 받아냈다. 팔레스타인은 잔치 분위기다. 자정까지 팔레스타인 주요도시에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유엔의 옵서버국가 승인 투표과정을 지켜봤고 마침내 전국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 한국은 기권표를 던졌지만, 사실 승인 지지보다는 반대가 우세다. 특히 기독교계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와 성경의 옛 유대인의 주요도시였던 베들레헴 세겜 헤브론 여리고 그리고 예루살렘이 이슬람권 손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미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소유로 등록되었다. 그러면 고통당하는 팔레스타인들의 상황은 계속 방치되어야만 할 것인가. 더욱이 일제 식민지를 격었던 우리는 당연히 강한 이스라엘보다 약한 팔레스타인에 지지를 보내야한다는 정서도 있다.

옵서버국가 승인이 통과된 다음 날 팔레스타인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결론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선언적인 국가승인 외에 팔레스타인은 홀로 설 수 없는 약한 민족이다. 심지어 유엔의 정회원국가로 승인을 받는다 해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협조 없이 스스로 국가를 꾸려 나갈 힘이 없다.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 왜 이런 구조가 되었을까를 따지기에는 너무 늦었고 이미 팔레스타인은 정치와 경제가 철저하게 이스라엘에 종속되어있다. 팔레스타인에 들어가는 물, 전기, 심지어 생필품까지도 이스라엘을 통해 들어간다.

팔레스타인 독립은 이스라엘과의 협의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화협상에 한계를 느낀 압바스가 돌연 유엔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엔은 이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유엔은 향후 독립을 성취시켜줄 힘이 있을까? 바로 이웃나라 시리아에서 2년째 내전으로 수만명이 죽어가나고 있지만 유엔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시리아 대통령은 특사로 온 전 유엔사무총장 코피아난의 무시해 버렸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스라엘은 이미 유엔 정회원 국가로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안을 가지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팔레스타인 여당 파타당의 정강에는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때까지 모든 무력과 폭력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현 압바스수반도 수시로 이스라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유엔은 정회원 국가를 부정하는 국가를 회원으로 받아들였고, 회원국을 위협하는 팔레스타인을 받아들였다. 아마도 유엔의 60개국에 달하는 이슬람회원국의 역할에 힘입어 승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은 반드시 실현하되 먼저 밟아야 할 절차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보복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다. 아쉬운 것은 찬성표를 던진 1백38개 국가들은 이 유혈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두 민족 간의 분쟁에 도울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당장 이스라엘을 통해서 거두어 들인 팔레스타인 몫의 세금 전달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전기회사에 미납된 전기세로 대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지역에서 일용직 노동으로 매끼를 해결하던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가 실업의 위기에 놓여 있다. 네탄야후 수상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 건축을 재개한다는 결정과 이후 더 강한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유엔의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보류해 달라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선언적인 결정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제 유엔은 최악으로 다다를 디딤돌을 하나 더 내놓은 격이 되었다.


이강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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