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용기

[ 예화사전 ] 용기

이성희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03일(월) 11:26
[예화사전]

고등학교 2학년 부활절 무렵 큰 은혜를 받고 나는 '목사가 되리라' 마음으로 서원하였다. 아버지는 내게 의사가 되라고 권하셨지만 나는 아버지께 불순종하여 목사가 되겠다고 철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에 진학하여 신입생 환영회를 할 때였다. 철학과 전 학년이 다 함께 모이는 자리는 말이 신입생 환영회였지 실제로는 신입생 신고식이었다. 환영회 장소에 갔더니 예측했던 대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전 학년이 시커먼 술집에 둥글게 자리를 잡았고, 일학년은 한 가운데 자리해 주었다. 그리고 한 가운데는 막걸리가 잔뜩 담긴 큰 양푼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환영회를 하는 요령은 이러했다. 먼저 앞으로 나가서 막걸리 한 잔을 퍼 마시고, 자기소개를 하고, 노래 한 마디를 부르는 것이 신고의 순서였다.
 
나는 목사가 되려고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니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단호한 결심을 하였다. 그러나 한 사람씩 순서가 다가오자 가슴이 얼마나 콩닥거리는지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내 결심이라고 하지만 신입생이 입학하자마자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거절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막상 일어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나는 목사가 되려고 철학과에 들어왔습니다. 술은 마시지 않겠는데 노래를 잘하니 노래 두 마디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예외 없어."
 
나의 청은 한 마디로 거부당했다. 나는 다시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내가 술을 마시는 것과 안 마시는 것, 어느 것이 쉽겠습니까? 이 어려운 일을 택한 후배를 헤아려 주십시오." 그 때 3학년 두 선배가 나오더니 나의 두 팔을 꽉 잡는다. 다시 한 선배가 나의 턱을 당겨 입을 벌리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선배가 막걸리 잔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의분이 생겨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다가 발을 들어 막걸리 잔을 사정없이 차버렸다. 박 바가지가 깨지면서 신입생 환영회는 순간 난장판이 되었다. 그 때 2학년 선배가 화가 나서 팔을 걷어붙이고 "술잔에 발을 대는 것은 술에 대한 최대의 모독이다. 나한테 대한 모독은 참을 수 있지만 술에 대한 모독은 못 참겠다"라고 하면서 다가왔다. 나는 맞을 각오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제대하고 복학한 아저씨 같은 왕 선배가 "야, 그만한 배짱이면 됐다. 그냥 지나가자" 그러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구세주 덕분에 맞지 않고 그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 후로 나는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고 졸업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용기는 오랜 신앙적 삶을 보장한다.

이성희목사 / 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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