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ily Ever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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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03일(월) 11:22

[축복의 발견]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삼상 24:15)
 
어린 시절 들은 동화의 결말은 언제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입니다.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세상의 동화 작가들이 한 사람이 아닐진대 이리도 똑같은 결말을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가 염원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오래 살기'와 '행복하게 살기'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동용 이야기인 동화에서 뿐 아니라 어른들의 이야기인 역사책에서도 이 두 가지 염원은 모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두가지 축이 됩니다. 진시황은 '오래 살기'에 관한 염원을 전설로 남겼고 모든 전쟁도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게 살기'위해서 치러진 것이니까요.
 
사람들은 지금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의학을 발달시키고 과학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장수와 행복은 결코 둘이 아닌 한 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행복해야 장수하고 장수하니까 행복한 것이죠. 현대의 과학이 밝혀낸 행복과 장수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어떤 물과 공기 속에 살아가느냐 하는 환경, 그리고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관한 문제인 섭생, 그리고 몸을 얼마나 움직이느냐하는 지표인 운동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환경에서, 잘먹고, 잘 운동하면 오래 사는 것은 정해 놓은 이치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세 가지 '잘먹고 잘사는' 조건 이외에 장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그 조건은 앞의 세 가지 보다 그 영향력이 훨씬 막강합니다.
 
이혼해 평생 독신으로 산 사람과 부부가 평생을 해로한 사람들의 사이에는 10년의 수명차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이는 남녀 모두 비슷한 수치였습니다.  같은 환경이라도 '관계'가 얼마나 우리의 수명을 좌우하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는 소중한 연구입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러 세상을 끝까지 뒤졌지만 불로초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은 꼭 과학적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누구와도 잘 지내는 작은 삼촌과 평생 만나는 사람마다 시비로 일관한 큰 삼촌은 누가 더 오래 살까요. 사실 이것은 연구거리도 아닐 지 모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과 잘지내는 '인간관계'의 능력은 어디서 올까요. 직장 동료, 친구, 연인, 그리고 자녀와의 관계의 순적한 정도를 지배하는 '모든 관계의 DNA'는 부모와의 관계입니다. 한 개의 세포가 분열하여 셀 수 없는 세포가 되지만 그 모든 세포가 최초의 원세포와 정확히 일치하는 DNA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셀수 없이 많은 관계를 살면서 가지지만 그 모든 관계의 퀄리티를 쥐고 있는 운명적 열쇄는 '부모와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마주 대하는 것이라곤 엄마, 혹은 아빠 밖에 없는 시기에 우리는 이미 인간과 세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혹은 적대적인지를 느끼고 결정해 버립니다. 그래서 거기서 꼬이면 모든 게 꼬이고, 거기서 풀리면 모든 게 풀립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우리는 직면해야 합니다. 내가 가진 모든 종류의 관계의 문제는 어머니,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의 복사판일 뿐입니다.
 
오늘 성경은 "부모를 공경하면 장수한다"고 말씀합니다. 얼핏 보았을 때 아무 관계없었던 원인과 결과가 이리도 한 몸통이었군요. 부모는 나에게 '전 인류의 대표'입니다. 그들과 전쟁하며 나머지 세상과 평화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몽상일 뿐입니다. 오늘 부모님과 화해하시고 백설공주처럼 happily ever after하게 사시길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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