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구름

빽빽한 구름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1월 02일(금) 15:31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내가 빽빽한 구름 가운데서 네게 임함은 내가 너와 말하는 것을 백성들이 듣게 하며 또한 너를 영영히 믿게 하려 함이니라 모세가 백성의 말을 여호와께 아뢰었으므로(출 19:9)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바이킹을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특히나 일본 공포 영화를 제일 무서워 해서 TV에서도 뭔가 그런 것이 방영되고 있다 싶으면 영점 일초 내로 채널을 돌려 버립니다. 북경에 출장을 가게 되어 호텔에 묵고 있을 때 였습니다. 혼자 심야에 깨어 침대에 누워있던 저는 무심코 채널을 돌리고 있었는데 아뿔사 한 우물이 나오는 순간 제 손은 얼어 붙은듯 움직이지 않았고 저는 그 우물에서 기어나오는 귀신을 보고 말았습니다. 한 번 보니 끝날 때까지 못 돌리겠더군요.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도 꺼리는 귀신영화를 심야에 혼자서, 그것도 타국의 여관방에서 보다니 최악이었습니다.
 
한동안 긴머리 소복의 귀신의 잔상에 시달리던 저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공포의 본질은 무엇일까. 왜 똑같은 공포영화인데도 미국것보다 일본것이 더 무섭다고 느껴 질까. 그것은 바로 '정보의 부재'입니다. 영화 초반부 평온하게 영화를 시청하던 관객들이 긴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화면에 주인공의 얼굴만 클로즈업으로 비치고 주위가 보이지 않을 때부터입니다. 뭐가 튀어나올지 정보가 차단 되는 것입니다. 우물을 비쳐도 속이 검게 들여다 보이지 않게 합니다. 시각정보 부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일본영화가 더 무서운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미국영화보다 훨씬더 정보가 절제되고 차단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대사까지 적고 여운을 남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공포의 본질은 '정보부재에 대한 불안'인 것입니다.
 
고문을 하는 사람들은 그 희생자들의 공포를 극대화 하기위해 눈을 가린다고 합니다. 무엇이 올지 몰라 불안해 할 때 고통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사람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오감을 통해 주위와 상황의 정보를 얻고 또 그 정보에 의지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빽빽한 구름'을 말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에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홀홀 단신 산으로 올라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빽빽한 구름 속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설악산을 등산하다가 갑자기 큰 구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십리밖까지 보이던 것이 순식간에 앞에 가는 일행도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경이 될 때 저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신비감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감이 갑자기 차단된 것이지요. 하나님은 모세에게도 그럴때 임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순간은 우리가 '정보부재'로 불안해 하고 두려워 할 때 입니다.
 
하나님은 배부른 사람에게, 오감으로 파악한 정보에 의지하여 인간적인 확신에 차있는 사람에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은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오감이 이미 그를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감각들이 정보부재에 시달리는 그 불안과 두려움의 때에 우리에게 오십니다. 영적인 사람이란 그 비밀을 알고 자원해서 오감 정보 부재의 상황으로 들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의 소음이 없는 깊은 숲을 찾고, 그래서 불을 끄고 조용히 묵상하고, 그래서 기도 할 때 눈을 감습니다. '거룩한 두려움'속으로 자진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공포는 기피대상이 아닙니다. 우리의 공포는 사실상 하나님을 만나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중에 모든 정보가 차단되는 이런 두려움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 사람과 그들의 차이는 공포를 끔찍한 경험으로만 넘기느냐 아니면 그 오감 정보 부재의 순간에 하나님을 요청하고 그 분을 만나느냐의 차이입니다. 오늘 사방이 빽빽한 구름으로 차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불안합니까. 주님께서 당신께 할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 구름 너머에서 들려 오는 세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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