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미 불산유출 현장을 가다

<르포> 구미 불산유출 현장을 가다

[ 교계 ] 불산유출 현장을 가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10월 23일(화) 11:53

"고통 받는 이웃들 곁에 교회가 함께 할 것"
총회 사회봉사부 및 경서노회, 구미 불산유출 피해자 위로방문

농작물 식용 불가 판정, 정부의 안일한 대처 등 주민들 상처 깊어
겨울용 내의 4백벌 전달, 본교단 방문에 주민들 연신 감사 인사

   

지난 18일 찾은 경북 구미시 임천ㆍ봉산리는 유령마을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지난 9월27일, 봉산리 구미 제 4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화학제품 생산업체 휴브글로벌에서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이후 20여일이 지난 현재, 사건 당시에는 매캐하게 온 사방을 뒤덮었다는 불산가스의 냄새는 사라졌지만 인근의 식물들에는 그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 순식간에 유령마을로

사시사철 푸르러야 하는 솔잎은 갈색으로 변했고, 노란 단풍을 한창 뽐낼 시기인 은행잎들 또한 짙은 갈색으로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인근의 공단들은 현재 정상가동을 하고 있지만 거주하던 임천리, 봉산리 주민들은 각각 구미시 청소년수련원과 구미환경자원화시설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어 현재 두 마을은 이른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되어버렸다.
 
지난 9월 27일 봉산리 구미 제 4국가산업단지에서 20톤짜리 탱크로리에서 공장 저장탱크로 불산(불화수소산) 주입하던 중 탱크로리의 뚜껑 열리며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폭발사고는 단순히 현장의 사고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사용하는 불산가스가 인근에 누출되었고, 인근주민들은 고스란히 불산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그러나 정부와 시 당국의 안이한 사고 대처로 인해 주민들은 추가적으로 더욱 큰 피해를 입었다. 상황 판단 미흡으로 심각단계 해제 조치로 2차 피해가 발생한 것. 대피 후 귀가조치된 주민들이 발진 및 두통, 구토 등을 호소했지만 사고지역 인근 옥계초등학교와 산동초등학교 등 6개 유ㆍ초ㆍ중학교 일시 휴교 결정을 내렸을 뿐 주민들을 이주시키거나 하는 적극적인 대책은 없었다. 사고 인근의 은행나무와 소나무 등은 잎이 타들어가 앙상하게 말라 죽어가고, 가축들도 이상 증상을 보인 가운데 농작물 피해, 주민들의 집단적인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정부도 뒤늦게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4일 현장조사단을 급파해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 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기로 하고, 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결정했다.

# 4백여 주민들, 기약 없는 대피 생활

본교단 총회 사회봉사부와 경서노회 임원들은 지난 18일 구미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들이 임시거주하고 있는 구미시 청소년수련원과 구미환경자원화시설을 찾아 내의 4백 벌을 전달했다. 구미시 청소년수련원에는 2백50여 명, 구미환경자원화시설에는 1백3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해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의 자녀나 손자 손녀들은 대부분 친척 집으로 보내지거나 친구들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 당시(지난 18일) 아직까지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본의 아니게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불편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임천리 박수호 이장은 "사고 당시가 3시와 4시 사이였는데 대부분 들에서 일을 하다가 불산가스를 마셨다"며 "국가에서는 불산지수가 기준치 이하라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집에서 생활해보면 냄새도 많이 나고 눈도 따갑고 두통도 자주 느끼게 된다"며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박 이장은 "솔직히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농작물이 모두 타버리거나 오염돼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7년전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많이 당했는데 이번 불산가스 유출 및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어려움 겪는 우리들을 기억하고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교회가 피해자들이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주민 보상, 이주대책, 건강 대책 등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부녀회장 최숙분씨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물품이었는데 이렇게 전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곳의 주민들이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 건강이 걱정되는데 교회에서도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구미자원화시설 방문에서도 노인들은 한국교회의 관심에 큰 박수로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방문한 총회 사회봉사부 및 경서노회 임원들은 "총회와 노회, 교회들이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살피며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비록 내의를 준비해왔지만 몸뿐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폭발 인근, 생태계 파괴

총회 방문단은 피해자 방문 이후 폭발사고가 있었던 구미 제 4국가산업단지 인근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사건 발생 20일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불산가스의 냄새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 등은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장 근처로 갈수록 말라 죽어버린 식물들이 눈에 띠었다. 특히 노란 단풍을 뽐내야 할 은행나무 가로수 잎들은 진한 갈색으로 변해 말라 비틀어져 흉물스럽게 변해버렸다.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소나무 잎들도 진한 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인근의 공장들은 주민들과 달리 정상가동하며 종업원들을 정상 출근시키고 있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지역에 노동자들의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사고가 있었던 당일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해하며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공장가동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피해자와 정부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산하 위원회인 환경보전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생태계 회복을 위한 대응책 마련 및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철저한 관리시스템 구축을 촉구하고 교인들을 대상으로 환경보전에 대한 교육을 하기로 했다. 또한, 총회는 하루 속히 피해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책과 환경보전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산하 교회가 관심을 갖고 기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