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응교 시인, 문학에세이집 '그늘' 펴내

문학평론가 김응교 시인, 문학에세이집 '그늘' 펴내

[ Book ] 김응교시인 에세이집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0월 15일(월) 15:18
'언제나 현존하며 언제나 부재하는 숨은 신'을 찾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그는 문학과 종교가 본래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믿는 사람이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마치 오래전 정해진 운명처럼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도스토예프스키, 윤동주, 박두진, 톨스토이, 미우라 아야코, 엔도 슈사쿠가 그의 친구들이다.
 
"따라해보세요. 스플랑-크니 조마아-이." 지난 10일 '기독교 고전' 수업이 한창 중인 숭실대 진리관 402호. 김응교교수(숙명여대 교양교육원, 의정부신곡교회)가 학생들에게 발음도 생소한 한 단어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교재는 최근 출간된 그의 문학에세이 '그늘(부제:문학과 숨은 신, 새물결플러스 펴냄)'이다. '불쌍히 여기다'는 표현의 헬라어 원어인 스플랑크니조마이(Splanchnizomai)는 "창자가 뒤틀리고 끊어져 아플 정도로 타자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시험에 꼭 낼거에요." 학생들이 밑줄을 쳤다. 늦은 저녁 시간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교수는 "용산 철거민, 노숙자들을 볼 때 창자가 끊어지다 못해 분노가 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내 특유의 입담으로 자칫 무거워질뻔 했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꺄르르~" 학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평소에도 트위터(@Sinenmul)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eunggyo) 등 SNS를 통해 학생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그다.
 
   
수업을 마친 뒤 인터뷰에 응한 김응교시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를 칠판에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詩'를 쓰기 시작했다. 여러 문학 친구들 중에서도 윤동주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그의 절친이다. 김응교시인은 숙명여대, 숭실대, 한양대 등 대학 강단에서 뿐만 아니라 민들레 문학교실의 노숙인들에게도 윤동주를 소개하고 있다. "노숙인들은 모두 위대한 시인이에요. 수업하러 갈 때마다 놀랍게 배우곤 해요."
 
김응교시인은 오랜 일본 생활을 했다. 1996년 2월 14일 일본 유학길에 오른 뒤 완전히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지난 2009년 3월 3일. 10년간은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활동하면서 일본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늘'에는 28세 청년 때부터 50세가 된 올해까지(1990~2012) 쓴 22년간의 문학에세이가 수록돼 있다. 책의 반응도 좋다.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시사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되면서 요즘 그의 시계는 무지 바쁘게 돌아가는 중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숨은 신'이다. 루시앙 골드만이 말했던 '언제나 현존하며 언제나 부재하는 숨은 신'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침묵', '나니아 연대기', '태백산맥' 등 문학 작품에서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는 자신을 "사이의 존재"로 정의했다. 일본과 한국의 사이, 교회와 사회의 사이, 교실과 대중의 사이, 그리고 숨은 신과 신의 부재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의 사이….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더이상 숫자놀이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 낱낱이 낮은 곳의 아픔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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