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자살 문제 해결 위한 사역 전개해야

교회도 자살 문제 해결 위한 사역 전개해야

[ 교계 ] 자살, 적극적 예방 필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10월 09일(화) 14:19

최근 자살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어 정부와 사회단체, 교회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9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1만5천5백66명으로 하루 평균 42.6명꼴
인구 10만명당 31.2명이 자살한 셈인데, 이는 OECD 평균(11.3명)의 3배에 가깝다(여성 자살자 수는 10만명당 21.0명으로 OECD 평균(5.1명)의 4배가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8년째 자살률 1위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성인의 15.6%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3.2%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과 청소년 자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에 이른다. 이웃나라인 일본(17.9명)이나  미국(14.5명)과 비료해 봐도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실직이나 퇴직 이후 생활고 등이 주된 원인이다. 청소년 자살의 경우도 사망 원인 1위가 될 정도다. 통계를 보면 10만명당 13명이 스스로 학업이나 가정불화, 학교폭력 등의 이유로 목숨을 끊고 있다.

# 자살, 개인 넘어선 사회적 문제
 
이렇게 자살률이 오랜기간 높게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만연한 자살을 줄이기 위해선 자살은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인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청소년은 성폭행과 학교폭력 등 사회에 잠재된 문제로 인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
 
정부는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2년 전에야 인식해 자살예방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들어서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국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시ㆍ도지사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만들어 실시한 후 평가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갖춰지면서 지난해부터 전문 인력 양성과 자살 위기 대응이 가능한 자살예방센터도 들어서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 1곳과 광역단위별로 자살예방센터 및 정신보건센터가 설립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매년 9월 10일)'을 민간단체에서 기념하던 것도 지난해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정부는 특히 자살시도자, 취약계층에 속하는 독거노인 등에게 심리상담과 상담치료를 지원하는 등 자살 고위험군 관리에 신경 쓰고 있는데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한 24시간 긴급전화(국번 없이 129)와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도 운영 중이다. 자살유해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등이 참여한 '자살유해정보예방협의회'도 만들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의 2012년 자살 관련 사업 예산은 22억 원으로 이웃나라 일본(약 130억여 엔, 원화로는 2천억 원)과는 10배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미약한 실정이다. 

# 교회도 생명살리기 앞장서야

그렇다면 자살 권하는 사회에서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단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이야기나 "신앙으로 이길 수 있다"는 권면으로는 자살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에서는 기윤실과 목회사회학연구소, 크리스천라이프센터가 협력해 지난 3월 9일 'Life Hope 기독교자살예방센터'를 창립했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나 사회만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가 동참하여 예방하고 치유해야 할 중요한 관심과 주제이며 교회도 이제 이러한 문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Life Hope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연구활동을 통해 자살에 대한 신학적 논의들을 이끌고,전문가들을 통해서 자살에 대한 연구와 예방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다. 또한, 상담을 통해서 자살 위험자들과 예비자들을 직접적으로 섬기는 기회를 가질 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을 치유하고 섬기는 일을 하고 있다.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오래된 속설 때문에 교회에서조차 외면당하는 자살자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행보도 시작됐다. 기윤실, 목회사회학연구소 등이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를 연 것. 이외에도 한국생명의전화(원장:하상훈)도 자살방지를 위해 오랫동안 상담사역 등을 펼쳐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기윤실과 목회사회학연구소 등 7개 단체는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을 공개하며 목회자들이 자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가지고 설교에 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에서는 △자살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기 △유가족에 대한 배려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를 상세히 묘사하지 않기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기 △자살을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기 △흥미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기 등의 지침을 제시했다.
 
또한, 자살방지를 위해 언급해야할 것들로 △생명의 소중함 강조 △자살의 사회적 심각성 강조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소개하기 △자살의 현실을 설명하기 △자살 징후들 소개 △자살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소개 △우울증을 영적문제가 아닌 정신보건의 문제로 소개하고 치료를 권하기 등을 꼽았다.
 
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ㆍ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는 "교회는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개인의 문제와 아픔, 고민, 갈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할 책임뿐 아니라 자살자에 대해서도 정죄하기보다는 그들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하고 보듬지 못한 것에 대한 아픔을 가져야 한다"며 "교회가 나서서 생명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살예방운동을 펼친다면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살예방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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