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 인간의 끝없는 욕심ㆍ악한 속성 그려

영화 피에타, 인간의 끝없는 욕심ㆍ악한 속성 그려

[ 문화 ] 영화-피에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10월 09일(화) 11:57
"인간은 하나님 아닌 '돈' 따를 때 불행"

   
국내 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가 28일간의 짧은 상영을 마치고 공식적인 극장 상영을 종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피에타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3일까지 누적관객수 59만2천8백46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 오랜 기간 상영할 수도 있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에 상영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는 감독의 신념에 따라 조기 종영한 것. 지난 한달간 영화 '피에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었을까.
 
영화 제목으로 사용된 '피에타'의 사전상 정의는 '십자가에서 내린 그리스도의 시체를 무릎 위에 놓고 애도하는 마리아를 표현한 주제'다. 중세 말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 회화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의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대표적이다. 영화를 제작한 김기덕감독 역시 한때 신학을 공부한 이력이 있으며 이전 작품들에서도 종교적인 주제를 줄곧 표현해왔던지라 영화 피에타에 기독교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공식 상영은 종료되었지만 현재 영화 피에타는 기독교 복합문화공간인 필름포럼을 비롯해 일부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처음 필름포럼에서의 상영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는 서울국제기독영화제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표현의 수위가 전작에 비해 순화되긴 했지만 가감없이 보여주는 측면도 있고 과연 기독교적인 대속, 용서나 구원의 의미를 볼 수 있을까를 두고 상당히 고민했다. 구원이란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기독교의 구원관과는 분명 다르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상영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피에타의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로 이 영화는 자본주의적 착취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어느날 자신이 '엄마'라며 찾아온 여자(조민수)는 "돈이 뭐에요"라는 강도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답을 들려준다. "돈,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 사랑 명예 폭력 분노 복수 죽음…."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영화 피에타는 돈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악한 속성을 그리고 있다"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 하나님을 따르지 않고 다른 것을 따르게 될 때 불행에 이르게 됨을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독교 성서신학자인 차정식교수(한일장신대)는 "이 영화의 키워드는 언론에 알려진대로 자비, 용서, 구원 같은 것이 아니다. 굳이 키워드를 꼽는다면 '자속(自贖, Self-redemption)'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대속(代贖)에 익숙한 기독교인들에게 자속은 생소한 개념이다. 차 교수는 "유대교 랍비전통에서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목숨을 던져 스스로 죄를 씻는 일이 있었다. 삼손이나 가룟 유다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하면서 "본회퍼가 말한 '값싼 은혜'에서 보듯 우리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만병통치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십자가로 전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자속의 개념을 포용할만한 신학적 상상력이 한국교회에 있다면 사회로부터 신뢰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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