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중 열린 런던올림픽

라마단 기간 중 열린 런던올림픽

[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 라마단과 런던올림픽

이강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14일(화) 14:05

[이강근목사의 중동 이야기]

현재 전 세계 15억의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최대절기인 라마단 금식기도 중에 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에 해뜨는 시간부터 해질 때까지 금식을 한다. 특히 한 여름에 맞이하는 올해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여서 14시간 이상 금식을 해야 한다. 물도 담배도 안되며 극단 보수주의자들은 침까지도 삼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니 아주 엄격한 금욕절기다. 3대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에는 기독교 절기와 유대교 절기, 이슬람 절기가 번갈아가며 찾아온다. 그 중 이슬람 최대 절기인 라마단이 가장 요란하다.
 
라마단이 금욕과 절제의 절기이지만 라마단 기간의 밤은 축제의 연속이다. 경건한 마음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해가지면 하루 종일 굶주렸던 식욕이 폭발한다. 저녁식사는 화려하고 포만감을 소화해 내고자 거리로 나온 이들로 상점은 밤늦도록 붐빈다. 라마단이 금식절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간에 평소의 3~4배의 음식물이 소비된다. 특히 라마단이 끝난 뒤 2~3일은 식사와 쇼핑으로 연중 소비량의 30%가 이날에 소비된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제품과 쇼핑센타의 대대적인 세일이 라마단 기간에 맞춰진다. 이것이 중동의 이슬람 라마단이다.
 
현재 라마단 대 금식기간에 런던에서는 2012년 하계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이슬람 최대 절기 라마단과 런던올림픽이 겹쳤다. 라마단은 2012년 7월20일~8월18일이며, 올림픽은 2012년 7월27일~8월12일까지였다.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2005년 7월 7일, 런던 시내에서 무슬림계 영국인 4명이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후 런던 올림픽에 분노하며 수억의 무슬림들이 항의해 왔다. 첫째는 금식과 절제의 기간에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수 없다는 것과 출전한 선수들이 어떻게 하루종일 굶은 상태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매 올림픽에 출전하는 무슬림 선수들은 3천여 명으로 전체 출전 선수의 1/3이다. 무슬림 올림픽 선수들은 라마단 기간동안 금식하지 않는 불경을 저지르거나 굶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단식을 할 것이냐, 경기 승리를 위해 음식을 먹을 것이냐.' 런던에 있는 이슬람 인권위원회는 이 일정에 대해 영국 정부가 무슬림의 신앙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터키 올림픽 위원회도 무슬림 선수들에게 있어 이 일정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림픽 일정에 불만을 품은 유망 무슬림 선수들이 출전 포기선언이 잇달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은 모든 종교와 신념의 화합을 도모하지만 올림픽 기간 이뤄지는 종교적 관행은 각국의 입장과 선수 개인의 신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일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특히 매년 11일씩 앞당겨 지는 라마단은 매 44년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고 타 종교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되었다.
 
올림픽위원회는 금식하는 무슬림을 위해 각 경기장에 기도실을 마련하고, 해가 진후 식사를 할 수 있게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는 등 이슬람권을 달래며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도 일부 국가는 자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기간엔 단식 의무를 면제해주는 결정을 하기도 했고, 일부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단식을 연기하기로 한 선수도 있다. 물론 경기 일정과 상관없이 단식 의무를 따르기로 한 경우도 있다.
 
라마단이 올림픽과 처음 겹치게 된 것은 1980년 모스크바 대회였다. 당시만 해도 이슬람권의 스포츠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었고, 무슬림의 참여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예는 더 많아질 것이다. 종교 간 갈등과 대립보다는 인류의 화합과 공존을 위해, 2012년 런던올림픽은 종교 간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강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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