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은 또 하나의 기도"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은 또 하나의 기도"

[ 문화 ] 신은경교수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7월 11일(수) 10:05
창작발레 '시편교향곡 & 유관순' 초연한 '이화발레앙상블' 신은경교수

   
스트라빈스키 탄생 1백3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시편교향곡'을 소재로 한 창작발레 공연이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9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발레 '메시아'를 비롯해 '실락원' '돌아온 탕아' '신의 숨결' 등 다수를 기획한 신은경교수(이화여대,한국무용교육학회 회장)에 의해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 혁명 이후 내면적으로 혼란을 겪던 시기에 시편교향곡을 작곡했다면, 안무가 신은경은 세계적인 불황,자연재해,정치적인 혼란 등을 바라보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신앙인으로서,예술 작품을 통해 사회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으로 그의 곡을 빌려 창작발레를 기획했다.

신은경 이화발레앙상블의 '시편교향곡 & 유관순'은 지난달 29일 이화여대 삼성홀 무대에 올라 뜨거운 호응 속에 초연을 마쳤다. 첫 공연에 앞서 27일 이대에서 만난 신은경교수는 무대에 서는 제자들의 동작을 바로 잡아주며 마지막 커튼콜 동선까지 확인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예술가에게 있어 새로운 창작 작업은 하나의 기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윽고 연구실로 자리를 옮긴 그가 말문을 열었다. '시편교향곡'과 '유관순',누가봐도 쉽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조합이다. 이화여대가 모교인 신 교수는 "민족의 암흑기에 믿는 이들이 기도하면서 3ㆍ1운동에 가담하고 선교사들이 교육,의료 등에 초석을 놓으면서 이 나라가 지금 이렇게 부강하게 됐다"며 "이것을 지켜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음을 유관순을 통해 각성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시편교향곡'은 '나라를 위해 기도하려면 먼저 나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기 반성적 고백에서 비롯됐다.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시편교향곡 1장 기도 중에서,시 39:12∼13)

   

신 교수는 발레를 가리켜 "춤으로 표현하는 시적 언어"라고 말한다. "(발레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작가가 글을 쓸 때 연필로 마음의 생각을 쓰듯이 무용가들은 움직임의 언어,몸의 언어로 글을 쓰는 거에요." 발레의 유형으로 분류한다면 시편교향곡은 시(詩)와 같은 '추상발레',유관순은 동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극적발레'다. 신 교수는 "유관순처럼 극적발레가 보기에는 편하지만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는 것은 추상발레다. 시는 한 소절을 읽어도 메아리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이라며 "안무가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몸짓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무용가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감수성을 퍼뜨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인 엄명구목사(평양노회 은퇴)와 미국에서 신학,디지털 아트를 공부 중인 두 아들은 신 교수의 '시적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조력자들이다. 4대째 신앙 가문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란 신 교수는 두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등교 전 '1분 기도'로 양육한 기도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이 '1분 기도'는 발레 연습이나 공연 전에도 어김없이 계속된다. 몇년 전부터 제자들과 함께 캄보디아 동티모르 인도 등에서 '발레 선교'를 펼치고 있는 신은경교수는 "처음에는 작품을 올릴 때마다 내가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메시지만 남고 나는 없어지는 것 같다. 예술가로서의 내 마지막 꿈은 교육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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