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생명밥상

에너지와 생명밥상

[ 생명밥상 ] 과정의 생명성

한경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7월 06일(금) 13:31

생명밥상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토지와 자본 그리고 노동이 필요하다. 노동은 땅에 에너지를 가하는 행위로써 갈고,심고,뿌리고,덮고,거두고,저장하고,운반하고 등의 다양한 노동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축력과 인력으로 모든 일을 하였는데 이제는 기계가 거의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노동력은 다른 말로 힘 에너지이다. 이 힘의 원천은 밥(인력)과 사료(축력)였다. 그러나 기계는 기름(경유,휘발유,등유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농사에너지가 천연에너지에서 화학에너지로 대체되었다.

농기계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는 경운기(이제는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함),트랙터,관리기,탈곡기,제초기,이앙기,콤바인 등이다. 이외에 비료살포기,종자살포기,농약살포기,건조기 등 매우 다양하다. 이 모든 기계들이 기름으로 돌아간다. 또한,화학비료도 기름으로 만들고,겨울철 하우스농사는 난방용 기름 없이는 불가능하다. 바야흐로 에너지 다소비형 석유화학농업시대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현재 생명농업으로 농사짓는 농민들도 거의 다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사용할 뿐이다. 에너지의 기계화와 화학화는 적은 인력을 대체할 뿐 아니라 생산력도 증대시킨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구조이다. 자본주의적 농업의 모습이다.

문제는 이 기름에너지에 의한 기계화 및 화학화가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과 강력한 기계 힘에 의한 땅에 대한 폭력적인 취급,농민 심성의 기계화로 생태정서가 점차 상실 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 자신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계로,농사의 주체에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땅과 생명으로부터의 소외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명밥상은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인 사고와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의 생명성'뿐 아니라 '과정의 생명성'을 앞으로 생각해야 한다. 농약 안 뿌리고 화학비료 안 주는 정도를 넘어서서 농사활동 전반에 걸친 '과정의 생명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농사 규모도 작아지고,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가야할 것이며,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힘든 농사가 될 것이다. 자칫하면 농민들만 힘들어질 수 있다. 소비자의 각성과 참여가 요구되며,집단화된 소비자의 힘이 필요하다. 소비자 20~30가구가 농가 한 가구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여 생산자-소비자가 함께 의논하고 생산,소비하는 체제로 가면서 농민의 삶을 보장해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매우 앞선 얘기일 수 있는데 생명밥상이 내포하고 있는 농업살림의 가치를 살리려면 그렇게 가야한다. 생명농업의 기계화로 인한 규모화는 생명밥상운동과 조화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생명농업은 평야지대가 아닌 중산간지대에 적합한 농업이다. 인력 및 축력 중심의 농사로 가능한 규모(기계라고 해야 경운기와 관리기 사용하는 정도)여야 생명농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그 과정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생명농산물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가족노작 중심의 소농 규모인 한국농업구조에 맞는 농사이기도 하다. 이제 자본가들에 의해 대규모로 기계화 된 생명농업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그 생명농산물이 대규모 유통체인망을 통하여 공급된다고 할 때 그것으로 차린 밥상을 생명밥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밥상운동이 농업살림을 지향한다면 한국농업 구조와 농민들의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이 동반되어야할 것이다.


한경호 목사
횡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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