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노래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침묵의 노래를 들어보시겠습니까?

[ Book ] 예영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승태

김승태
2012년 06월 26일(화) 13:52
   
며칠 전에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편집기획자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미국 휘트워스 대학의 제럴드 싯처(Gerald L. Sittser) 교수가 쓴 '하나님 앞에서 울다(The Grace Disguised)'라는 책이다. 그 책을 선물로 받은 이유는 작년 4월 30일 나의 첫째 딸 선영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나도 지난 1년간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신대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던 선영이는 독서광에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에 흠뻑 빠져 젊음을 만끽하던 아이였다. 게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해서 스스로 돈을 벌어 공부하도록 편집기술을 가르쳐 2년의 휴학기간을 포함하여 공부를 하면서 40여 권의 책을 편집해 낸 믿음직한 나의 수제자였다.
 
사랑하는 딸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나와 아내는 망연자실하며 처절한 상실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나는 아버지로서 선영이의 삶을 이대로 묻어 둘 수가 없었다. 그 아이가 이루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아이의 삶을 허무하게 덮어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일기장, 수첩, 대학교재, 컴퓨터, 싸이월드 홈페이지,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사진 등 그 아이가 기록한 모든 것을 찾고 모아서 하나하나 더듬어보면서 내가 그 아이의 내면의 세계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지난 4월 30일 1주기를 맞아 선영이가 대학시절 4년 동안 써놓았던 글들을 중심으로 엮어 '침묵의 노래'라는 책을 출판했다. '침묵의 노래'라는 말은 선영이의 이메일 닉네임이었다. 지난 1년간 선영이의 책을 편집하며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그가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고 살았는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일찍 데려갈 것을 왜 세상에 보내셔서 내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십니까?' 처음에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느낌으로 처절하게 절규했었지만, 이제 지난 23년간 선영이와의 사랑 깊은 동행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천국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이제는 그 아픔을 승화시켜 좋은 재능은 있지만 환경이 어려워 삶의 벼랑에서 신음하는 또 다른 선영이들을 멘토링으로 사랑하고 일으켜 세우는 일로 선영이와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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