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과 생명밥상

농심(農心)과 생명밥상

[ 생명밥상 ] 생명밥상 칼럼

한경호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9일(화) 09:29

농심(農心)이란 무엇인가? 농심은 농민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농민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 첫째,정직한 마음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생명의 이치를 아는 마음이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원리를 아는 마음이다. 자연의 원리를 따라서 순응하면서 살 줄 아는 마음이다. 요즘은 농기계 작업을 하니까 농토와 농로들이 다 직선화되었지만 과거에는 거의 다 곡선이었다. 자연의 생긴 모습대로 따라가고 순응하는 삶의 모습이다. 자연은 정직의 성품을 농민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둘째,농심은 생명을 보듬고 키우는 어머니의 품성이다. 생명은 연약하다. 자칫하면 병들거나 죽을 수 있다. 잘 먹이고 돌보아야 한다. 생명을 돌보는 어머니의 품성은 온유한 마음이다. 마음이 온유한 자는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고 하셨다. 따뜻하고(溫) 부드러운(柔) 마음이 생명을 키우는 힘이다. 농민의 마음이 사납고 거칠면 생명을 기를 수가 없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농심이 많이 거칠어졌다. 작물과 가축이 상품이요 돈이다. 생명에 대한 애정이 '돈'의 힘에 의해 각박해졌다.
 
셋째,농심은 모든 것을 품고 수용하는 마음이다. 농심은 땅심에서 유래한다. 땅은 한없이 넓은 품을 갖고 있다. 무엇이든 다 품고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농민들은 어지간한 억압과 착취도 고통스럽지만 수용한다. 그러면서 반 만년동안 온 국민들을 먹여 살렸다. 가이없는 골짜기이다. 생명은 골짜기에서 나온다. 농민의 얼골(얼굴)을 보라! 얼골은 얼(영,정신)이 깃들어 있는 골짜기이다. 농민의 얼골에는 생명의 영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그 얼골이 요즘 많이 망가졌다.
 
넷째,농심은 은근과 끈기의 마음이다. 5백m정도 떨어진 산비탈에 콩밭이 있는 농민이 가을 수확 철에 콩을 거두어 지게에 실어 집으로 들였다. 한 차례 왕복에 1시간 정도 걸리는데 하루 종일 운반하였다. 그 걸음이 너무도 일정하고 차분하여 흔들림이 없었다.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저게 바로 은근과 끈기이구나. 한국인의 기질을 말할 때 은근과 끈기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농심이었구나"하고 깨달은 적이 있다. 농사는 싫든 좋든 자연의 일정에 맞추어 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밭고랑이 1백m도 넘는데 호미로 김을 매다보면 앞이 까맣다. 햇빛은 따갑고…. 그런 고랑이 수 십 개인데 그래도 해야 한다. 묵묵히 참고 끝까지 가야 한다. 은근과 끈기의 마음이 길러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의 마음속에는 위와 같은 농심이 들어 있다. 그런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 그 작물이나 가축이 건강한 생명력을 지니며,그것으로 밥상을 차릴 때 생명밥상이 된다. 그런데 지금의 농심은 어떠한가? 너무 병들고 많이 망가졌다. 농민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사회적인 평가와 대접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사랑을 못 받고 있다. 하루도 굶으면 못사는 귀한 양식을 고생하며 생산하는데 인정을 안 해 준다.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약을 출하 직전에 뿌리면서도 별 가책이 없어졌다. 먹고 죽을라면 죽고 나도 모르겠다. 나도 살고 봐야지 어떡할 것인가?
 
농심이 회복되어야 생명밥상을 차릴 수 있다. 농심의 회복은 농민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도시 소비자들의 따듯한 애정과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농심은 회복된다. 농업을 귀하게 여기고,농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명밥상을 차리는 첫걸음임을 생각하면서 실천에 옮겨보자.

한경호 목사
횡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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