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골목

고양이가 있는 골목

[ 문화 ] 동인시단

이순주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3일(수) 15:10
태양빌라는 벽에다 햇살을 부려놓았다
창문 쪽으로 성큼 다가선 목련꽃 송이들,
그녀를 엿듣고 싶은 것이다
고양이가 올려다보는 202호
여자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서 있다
그녀는 그릇에 무언가를 비빈다
달그락 달그락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는 소리
고양이는 주파수를 맞추느라 귀를 바싹 세운다
고양이 뒤로 넘어가겠다
눈 빠지겠다 생각하는 사이 툭, 툭툭
여자가 한 숟가락씩 떨어트린다
고양이가 고개 숙여 봄을 핥아먹는다
목련꽃 벙근다
묵언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고양이가 있는 골목,
아침은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문을 열어놓았다
고양이가 매일 같은 높이를 바라보고 앉아 있어
여자는 오늘도 창문 쪽으로 다가서느라
파도처럼 몸을 출렁이며 일어섰다
소용돌이치며 주저앉는,
그녀 몸의 파고 그렇게 높았던 것이다
 
 

이순주 / 장성교회 집사ㆍ본보 기독신춘문예 제9회 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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