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과 함께하는 해외 개발협력

현지인과 함께하는 해외 개발협력

[ NGO칼럼 ] NGO 칼럼

이철용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2일(화) 16:20

해외원조와 관련해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자부심을 말한다. 이러한 공적개발원조를 오디에이(ODA)라고 하는데 이 사업에서 핵심은 수혜자 중심의 사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원조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빈곤현장에는 다양한 지원과 협력의 모습들이 있는데 긴급구호라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 분야에서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육과 기술 분야에 지원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한 원조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철저하게 현지 중심의 협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기독교 해외개발협력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캠프는 이러한 고민을 사업에 앞서 적용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캠프가 집중하는 사역은 빈곤지역에 사회적기업을 설립해서 기술을 가르치고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필리핀 도시빈민 강제철거 이주민 지역인 필리핀 불라칸주 타워빌에 세워진 캠프봉제센터다. 이 사역은 캠프만의 사역이 아니다. 한국의 한 대학 연구소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7명의 한국인 전문가가 필리핀 현지 조사를 진행했고, 필리핀 현지의 전문가들이 5만여 명 6천여 세대의 10%를 대상으로 석달간 일대일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필리핀의 조사단이 한국에서 한국의 전문가들과 워크숍을 갖고 지역에 필요한 업종선정을 위한 긴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전문가들이 현지에 들어가서 10여 차례 주민설명회를 하고 주민들이 필요한 업종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필리핀은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교복을 입는다. 이러한 교복문화에 착안해 지역의 만여 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캠프봉제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이 사역에는 현지 지방정부가 땅과 건물을 내놓고 필리핀 정부의 기술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인 테스다(TESDA)에서 전문강사를 파견해서 기술교육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 국립대학(UP)의 지역사회개발학과에서 컨설팅과 교육 등을 담당하는 그야말로 민간 정부 학계 등이 골고루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역은 준비기간만 15개월이 걸렸다. 그만큼 지역의 요구와 성공해야만 하는 절박함 속에서 긴 호흡을 갖고 준비했던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지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자 한국의 노동부 산하 재단이 사업협력을 먼저 제안했고 SBS희망TV, 사랑의열매 기금도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다. 현재 캠프봉제센터는 이주민지역의 여성 가장 40여 명이 1기 기술교육을 마치고 제품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2기 교육생도 모집해서 본격적인 기술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캠프는 같은 접근 방식으로 인근지역인 가야가야의 이주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베이커리도 설립 운영 중에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빵을 좋아하는 문화와 2만여 명 이주민들이 생활하는 지역에 제대로된 빵집이 없어서 이 지역의 청년들을 교육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회적기업을 통한 빈곤 해소의 모델들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캠프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작은 희망도 발견한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철저하게 현지의 요구를 연구하고 현지인들, 현지의 전문가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작은 기쁨이다. 한국교회의 선교현장도 이러한 긴 호흡과 현지화를 기대해 본다.

이철용목사 / 사단법인 캠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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