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같다면 가능하다 <코리아>

목적이 같다면 가능하다 <코리아>

[ 말씀&MOVIE ] 문현성, 드라마, 12세, 2012

최성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15일(화) 15:14
'코리아'는 남북한 단일팀이 1991년 제41차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탁구 강국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당시 단일팀의 결성과 우승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 여론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사건이었다. 남북한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개봉된 것이라 다소간의 정치적인 의도를 읽어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반도의 통일을 선취했다고 평가되는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현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를 넘어서 통일 한반도를 생각할 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영화의 플롯은 새로울 것이 없는 상투적인 전개라도, 스포츠 영화로서 탁구가 소재로 등장한 것은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게다가 스포츠 영화가 주는 긴장감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쁨과 감동을 느끼고 미래의 한반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한 계기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미 'JSA'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비록 분단국가라 할지라도 아무런 사심이 없다면 남북한의 사람들은 서로 만나 어울려 지낼 수 있다. 이것은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다 하더라도 '웰컴투 동막골'에서도 추구하는 바였다. 남과 북은 정치적인 대적 관계를 배제하면 공동의 적에 함께 대처할 수 있고, 또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며 즐길 수도 있다. 한민족은 이것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력으로 믿고 있다. 문제는 정치다.
 
'코리아'는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자본주의의 맛을 느끼며 즐기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는데, 현실 인식에 있어서 지나치게 한국 쪽만의 시각이 지배적이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특히 리분희(배두나 분)를 통해 드러난 조국에 대한 자존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남한의 감독으로서 관점의 한계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북쪽 관계자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제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탁구에 얽힌 남과 북의 문제를 다루면서 감독이 주목했던 점은 서로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체제 출신의 선수들이 만나 어떤 갈등을 겪는지, 그들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감정의 교류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소통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우승의 순간까지 어떤 해프닝들이 벌어졌는지 등을 전해주고 있다. 목적이 스포츠가 아니라 보니 스포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보다는 승리에 이르기까지 서로간의 소통관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영화 이해의 관건은 이념과 문화의 차이가 어떤 갈등 관계로 이어지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결정적인 방해물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에 있다.
 
무엇보다 양쪽의 만남이 정치적 사건이면서도 갈등 역시 정치적인 일 때문에 피할 수 없고, 정치적인 이유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또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스포츠 정신, 단일팀의 정신, 동일한 목적의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치적인 문제와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서 선수들의 사상의 해이를 직감하고 우려하는 북쪽의 정치보위국에 의한 방해 행위는 단일팀을 사실적으로 해산하는 결정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바로 이 순간에 정치적인 결정을 극복하게 한 것은 처음 단일팀을 구성했던 정신이며 또한 스포츠 정신에 대한 호소였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가 비록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하더라도 서로 뭉치면 강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또 지금은 비록 분단국으로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정치를 넘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는 스포츠 정신이었다. Korea는 비록 남(코리아)과 북(고려)에서 달리 읽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 것이다.
 
서로 이름은 달라도 하나라는 사실, 이것은 한국 교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교단과 교파로 나뉘어 있어서 교류조차 하지 않는 것,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다름과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부재와 단절의 결과로 이어졌다. 신학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그것이 주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인가? 2013년 WCC 한국 총회에서 우리의 하나됨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는 없을까? 서로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지만, 교계 지도자들의 내려놓음의 용단은 하나됨을 선취하는 경험에 기여할 수는 있지 않을까? 사실 성도들은 교단과 교파 보다 주님의 몸인 교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같은 목적은 아닐까?
 
 
최성수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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