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푸어세대'에게 보내는 탄자니아의 소리, "하쿠나마타타”

한국의 '푸어세대'에게 보내는 탄자니아의 소리, "하쿠나마타타”

[ NGO칼럼 ] NGO 칼럼

방성철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08일(화) 11:42

5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오니 아파트 전세 값이 두 배로 뛰어 있었다. 이런 현실에 숨막혀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요즘 '푸어(poor)세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집은 있지만 막대한 대출금으로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 대학등록금, 사교육비 등 출산 후 자녀로 인해 적자 인생이 되어버린 '베이비 푸어', 과도한 결혼비용으로 결혼시작과 함께 빚을 지는 '허니문 푸어' 등 빚에 치여 살다 심리적으로 더 빈곤해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질적으로 축복받은 나라에서 이 무슨 해괴한 현상이란 말인가.
 
굿네이버스는 지난 2005년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INGO 승인을 받아 지부를 설립했다. 필자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굿네이버스 지부장으로 있었다. 더운 날씨에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그곳은 말라리아와 콜레라 등의 질병이 자주 발생했다. 또 굿네이버스 사업장이 설치돼 있는 빈민지역은 특히 70~80% 주민들이 1달러 미만의 소득수준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한국의 후원자들의 결연을 통해 후원받고 있는 아이들은 영양식을 공급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환경 가운데서 현실은 되풀이 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국제 NGO들이 교육 및 보건 의료사업 등을 전개하며 지역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도 2~3번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그곳에서 어느 날 발전기가 아예 고장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현지직원들은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전기가 끊겨 컴퓨터로 일 처리를 할 수 없게 되자 마음이 급해 발을 구른 건 나뿐이었다.
 
그곳은 그랬다. 주민들은 없는 가운데서 불평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 감사거리를 찾았다. 나뭇가지로 뼈대를 짓고 진흙을 발라 겨우 지은 집에서 주방도구 몇 가지의 어려운 살림에도 자신의 자녀를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학교에 보내 급식을 먹게 하고 배우게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간경변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생충, 주혈흡충이 도사리고 있는 빅토리아 호수 옆 므완자 지역 아이들도 간 기능이 손상돼 심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움켜쥐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때 만난 조엘도 기생충 감염으로 배가 산만하게 부풀어 있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어부로 살았던 아버지 역시 같은 병으로 숨졌다. 지금은 굿네이버스 기생충 전문병원 소외열대질환병원을 통해 진료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미 감염 상태가 심각한 아이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조엘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는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아픈 몸에도 학교에 간다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조엘이 그 작은 손으로 나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하쿠나마타타, 함나시다.(아무 문제 없어요.)" 우리가 보기에는 '푸어' 총 집합 세대처럼 보이는 그곳 사람들. 하지만 탄자니아의 슬픈 현실은 그곳 주민들이 마음에 품은 희망마저 빼앗아 가진 못했다.
 
원하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우리나라와 전기와 기름도 없고, 도로 포장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문제투성이 아프리카.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지만, 마음만큼은 여느 빈곤 국가 주민들보다 가난하다. 이러한 우리들에게 지구촌 반대편 아프리카 아이들이 스와힐리어로 외치는 한마디는 이것이다. "하쿠나마타타!"

방성철 / 굿네이버스 경기안양아동권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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