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봉사인가?

누구를 위한 봉사인가?

[ NGO칼럼 ] NGO칼럼

김원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26일(월) 15:09

노숙인들의 급식을 13년째 하다보니 별의별 노숙인들을 많이 보았지만 봉사자들도 별의별 사람들이 많았다. 봉사자 중에는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하는분들이 있는가 하면, 봉사라는 명목하에 자기 만족을 위해서 오는 사람도 많았다. 봉사자들을 유형별로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보았다.

# 겉치레형
 
본래 우리급식소의 급식봉사는 밥퍼는 물론이고 끝나면 뒷청소까지 다하고 봉사자들끼리 함께 모여서 코이노니아도 할겸 식사까지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겉치레형 봉사자들은 오자마자 끝나는 시간부터 묻는다. 그리고 다음 스케줄이 있다며 봉사도 처삼촌 벌초하듯 대충하고 부리나케 도망간다. 이런 사람일수록 대부분 여러 군데 관여하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제대로 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 자기고집형
 
봉사자들이 오면 이런저런 준수사항을 교육한다. 밥을 날라다 드리는데도 순서를 지켜야 하며, 밥이나 반찬을 어느 정도 양으로 배식을 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그런데도 자기고집형들은 자기 기준대로 배식을 하고 자기소견에 옳은대로 밥을 날라다 주어서 종종 식당질서를 깨기도 한다. 봉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별로 반갑지 않은 유형이다.

# 자기과시형
 
이분들은 노숙인들을 훈계하기가 일쑤다. 이러지마라, 저러지마라, 목소리도 남달리 크다. 또한 자기는 봉사를 많이 해봤기에 이런 건 일도 아니라고 하며 큰소리를 뻥뻥친다. 노숙인들은 무시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노숙인들과 부딪치고 싸움을 하거나 분란만 일으키고 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더 큰문제는 이렇게 일어난 분란을 급식소의 실무자들이 다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 귀족형
 
봉사하러 오는 사람이 귀걸이에, 목걸이에, 팔찌에, 진한 화장에, 옷도 비싼 옷을 입고 와서, 손에 물 한 방울 조차 안 묻히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차라리 안쓰는 것이 주최측에 도움이 된다. 자세가 안된 사람들이다. 노숙인들에게 위화감만 주기 때문이다.

# 강남형 
 
밥을 푸는 것을 보면 안다. 자기 식사량에 기준해서 고양이 밥만큼 퍼준다. 그래서 이들은 노숙인들에게 야단맞기 일쑤다. "이게 고양이 밥이지 사람 밥이냐" 배고픈 노숙인들의 식사량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그 다음 번에 왔는데도 보니 역시 고양이 밥을 푸고 있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유형이다. 물론 강남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강북형
 
강북형들은 밥도, 반찬도 후한 편이다. 그래서 노숙인들과 부딪치는 일이 별로 없다. 마음도 훈훈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식사 분위기도 좋다. 급식 후에 청소도 깨끗이 하고 정리정돈도 자기 집처럼 하고 간다.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분들이다.

# 얌전이형
소리 없이 자기 몫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잔소리가 필요없다. 오히려 잔소리를 하면 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사람은 노숙인들과 부딪히는 일을 꺼려하기 때문에 전면에서 일하기보다는 뒤에서 소리없이 맡겨진 일을 잘 감당한다. 역시 소중한 봉사자들이다.

# 지혜자형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위기상황대처를 순발력 있게 잘 해나간다. 숟가락 젓가락이 필요할 때는 언제 준비했는지 앞치마 주머니에서 날쌔게 꺼내준다. 노숙인들이 때로는 이유없이 시비를 거는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까지도 잘 대처해서 분위기까지도 잘 이끌어가는 형이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대로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고, 말공대도 경어를 사용해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노숙인들의 품격도 높여준다. 봉사현장에서 이런 사람은 필수요원이다.
 
본래 봉사는 예수님의 섬김의 정신에서 시작돼야한다고 생각된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실 때 선생님의 입장이심에도 불구하고 제자를 편안하게 의자에 앉게 하고 당신은 불편을 무릅쓰고 무릎을 꿇고 발을 씻겨주셨다. 이것이 진정한 봉사요 섬김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물 묻은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마른수건까지 준비하셨던 것으로 안다. 세심한데까지 배려를 해주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 봉사는 내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이다. 나는 종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위정자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종이 돼야 하는데 말인 즉은 국민의 머슴이니 일꾼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선거 때만 쓰는 그들의 용어일뿐 당선만 되면 그런 모습은 오간데 없고 그때부터는 국민들의 머리위에 군림하는 모습들을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 이번선거에서 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국민의 일꾼들을 뽑아야 하는데 일꾼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국가적으로도 다행스런 일이지만 문제는 그들이 남의 약점이나 폭로하고 선심성 정책이나 남발하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일꾼다운 일꾼, 봉사자다운 봉사자를 뽑는 것이 수월치 않을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된다.

김원일목사(신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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