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마음이 고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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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20일(월) 17:12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일할 생각은 안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판이나 벌리고 그러다 술이 떨어지면 비틀거리며 일어나 지나는 행인들에게 구걸을 일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역이다. 서울역은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중심부이다. 그러기에 서울역은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꿔져야 할 장소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역이 노숙인들에 의해 더럽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양심의 가책은 고사하고 미안해하는 기미조차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단속하던 한 역무원의 "나도 이젠 지쳤습니다"라는 푸념 섞인 말이 기억난다. 어떤 때는 그들을 위해 사역을 하는 나 자신도 "어찌 사람으로서 저렇게 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슬며시 마음 한구석에서 미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미워할 수만 없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좌우를 분별치 못하는 알콜중독성 정신질환자다. 이런저런 환자나 치매자이거나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소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사회에 불우한 이웃들이 많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주변 사람들의 동정이라도 받고 산다. 그러나 노숙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동정은 커녕 사회는 물론 심지어는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이들이야말로 우리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이 시대의 가장 작은 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그들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요 이웃이요, 형제들이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그들을 끌어안고 가야하고 누군가가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소망을 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맞는 단순노동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주어져야겠고,그들의 피폐된 마음을 회복시켜주고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바꿔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도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신생교회의 새벽예배는 노숙인들의 정신건강과 그들의 영혼을 깨워주기 위해 시작된 노숙인들만의 새벽예배다. 새벽 5시에 시작되서 30분간 예배를 드리고 따끈한 국밥을 제공하고 있다.
 
눈만 뜨면 술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영의 양식과 함께 따끈한 해장국밥을 먹여 늘어가는 알콜중독자의 증가를 막고 갈수록 병약해져가는 노숙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새벽예배의 목적이다.
 
처음에는 7~8명이 참석하던 것이 지금은 많게는 60여명이 참석하여 즐거운 하루를 시작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해장술로 시작해서 종일을 술로 살던 그들이 삶의 의욕을 갖게 되었고 감사를 모르던 그들이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되었으며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변하여 기도가 되었고 슬픔과 탄식이 노래로 변해가고 있다. 노숙인들의 이러한 변화를 통해 그들 속의 희망을 본다. 육신의 양식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양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어느 노숙인 형제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배가 고파 왔는 줄 아슈,마음이 고파왔수다."
 
오늘 새벽도 공기가 꽤나 쌀쌀하다. 겨울 냉기가 얼굴을 애리게 하지만,오늘도 마음이 고파 기다리는 노숙인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은 벌써 예배처로 향하고 있다.

김원일/목사ㆍ신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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