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음의 영성

들음의 영성

[ 논단 ] 주간논단

민경자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13일(금) 15:47

몇 년 전 소천하신 나의 친정아버지는 자상하시며 자녀들을 불러 모아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셨다. 하지만 우리 4남매는 한번도 아버지의 말씀이 유익하거나 우리가 경청해야 하는 내용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늘 아버지 말씀을 듣는 척 했지만,속으로는 우리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하신다 생각하고 아버지 말씀을 건성으로 들을 때가 많았다.
 
얼마 전 4남매가 모여 아버지 살아 생전을 회고하다 보니 아버지에게 효도하기를 즐겨 했던 우리 4남매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정작 아버지가 읽어 보라고 권하신 책을 잘 읽어 보거나,심지어 유익한 글들을 복사해서 나누어 주신 것을 집에 가서 정독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모두 아버지보다 우리가 이제 더 많이 알고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교만이 밖으로는 열심히 효도하는 것으로 위장 되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버지 역시 우리가 그처럼 교만하고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아셨음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 그처럼 자식들이 아버지 말씀을 잘 듣지 않는 줄 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길잡이 말씀을 하시고자 한 것은 바로 끊을 수 없고 포기 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이셨다.
 
나는 이런 아버지를 회상하다,말씀 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게 되었다.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신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한 번도 침묵하신 적이 없으시다. 아브라함,모세,수많은 선지자를 통하여 말씀하시다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친히 오셔서 직접 말씀하시고 제자를 통하여 성경을 기록하여 말씀하시고 또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직접 말씀을 하시며 만물을 통하여 말씀하시며 어떤 방법으로라도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불타는 사랑을 전하고 싶어 하신다.
 
우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것은 세상 사람의 소리,나의 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미련하고 둔한 우리들은 요란한 세상소리에는 민감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에는 무지하게 반응할 때가 너무 많이 있다.
 
우리가 이처럼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 말씀을 듣는 척 경건의 자세를 취하나 사실 우리 맘 속 깊은 곳에는 하나님 말씀을 듣지 않는 교만이 있다는 것을 하나님이 모르실 리가 없다. 하지만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런 우리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포기 하지 않으시는 것은 우리를 바르게 인도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이 포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시는 '사랑하시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다고 하였듯이,아무리 열심이 있고 충성하여도 주님의 음성 듣는 일에 민감하지 못하면 그의 삶과 사역은 하나님과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우리들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까지도 듣고 순종한다면 십자가 아래서 다툴 일이 없고 하나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들음의 영성을 통해 말씀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엎드려 '아바 아버지 말씀 하시옵소서 이제 제가 듣겠나이다'라는 순종과 겸손을 고백 하는 자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경자장로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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