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의 기원

천번의 기원

[ 기자수첩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2월 13일(화) 17:17
일제강점기때 빼앗겼던 도서 1천2백권이 지난 6일 돌아왔다. 기쁨도 잠시,한 얼굴이 떠올랐다.
 
태국에서 온 노수복 할머니. 지난 여름 제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0년 만에 고국을 찾아온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지난달 4일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듣고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던 탓이다. 1백년 만의 도서 귀환에 세상이 떠들썩한 틈을 타,당시 취재 중 핸드폰에 저장했던 노 할머니의 육성을 다시금 꺼내 들어봤다.
 
"나는 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 사람인데 한국 말을 못하는게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한국 국기를 봤는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다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머니는 떠났지만 슬픔을 삼키며 말을 이어간 통역의 떨리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태어난 날을 잊어 광복절을 생일로 지켜왔던 할머니,한국어를 다 잊었지만 고향 주소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던 노 할머니는 지난 방문시 아껴 모은 생활비(약 1백80만 원)를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1천회를 맞이했다. 벌써 1천번째 일본대사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지만 묵묵부답,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올 한 해만 15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남아있는 생존자는 국내 58명,해외 6명,총 64명으로 마치 카운트다운을 하는 심정이다. 사실 한국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교회여성들이었다. 1천회까지 이어오는 동안 솔로몬처럼 일천번제를 쌓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참여한 이들도 없지 않았을 거다.
 
조선왕실의궤는 돌아왔지만 꽃다운 나이에 성적 노예(Sexual Slavery)가 돼야 했던 그들의 청춘은 수천년이 지나도 돌아올 수 없다. 이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교회가 책임을 나눠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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