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방법,'배려'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방법,'배려'

[ NGO칼럼 ] NGO칼럼

강은숙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12일(월) 14:58
매해 연말이 다가오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된다. 바자회, 음악회, 거리 모금 등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며 행사의 수익금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모습 속에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받은 이웃에 대한 배려이다. 우리들의 나눔 속에, 받는 이웃에 대한 배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모 단체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니 꼭 참석을 바란다는 연락을 받았다. 행사 내용을 살피다 아이들을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으로 시작하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가 가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저소득층 아동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통해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을까. 저소득층이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르는 아이들은 행사 내내 저소득층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의 단어에 눈길을 줄 것이며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물을 것이다. 엄마, 저소득층이 뭐야? 오늘 어떤 행사에 갔는데 우리보고 저소득층 아이들이래... 엄마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우리 공부방(지역아동센터)의 중등부 아이들은 저녁 9시까지 수업을 한다. 그리고 가끔 이 시간까지 초등부 아이들이 남아 있을 때도 있는데 늦게 퇴근하는 보호자의 요청으로 퇴근 전까지 아이를 보호한다. 이를 야간보호라 하며 우리 공부방에서는 아이의 가정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 야간보호사업은 모금단체에 사업신청을 할 수 있고 선정이 되면 지원금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고민이 생긴다. 1년이라는 사업기간 동안 15명 이상의 아이들이 저녁9시30분까지 공부방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집이 아닌 밖에서 12시간 이상 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것이며 가끔씩 늦게 퇴근하는 가정의 아이들도 남아있어야만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아이 돌봄의 우선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보살핌을 받고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이는 공부방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프로그램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늦게까지 남겨야만 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가끔 사업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사업을 위해 아이들을 대상화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아이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진행하면서 결국 아이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어려움이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눔의 대상, 즉 받는 아이, 이웃에 대한 배려이다. 나눔을 목적으로 무심코 쓴 현수막의 글씨 한 줄이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아이와 이웃을 위한 사업이라고 시작하였지만 도리어 사업을 위한 대상으로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막12:31)"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내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이웃의 어려운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이 혜안은 바로 배려(配慮)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연말, 배려가 함께하는 나눔은 이웃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주고 받는 이 모두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강은숙 / 예장 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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