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5백원

대한민국에서 5백원

[ NGO칼럼 ] NGO칼럼

허기복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04일(금) 16:42

신문 한 장에 6백원, 아이스크림 7백원. 버스비 1천원, 커피 한잔 1천5백원, 짜장면 4천원. 그러다보니 요즘 5백원은 껌 값도 안 된다. 하지만 그런 5백원조차 없거나 궁색해서 혹한기에 냉방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0월 초순,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을 다녀왔다. 키르기즈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약간 작고 인구는 5백50만 명이다. 수도 비쉬켁에 1백만 명이 거주하며 국민소득은 대략 8백불이다. 우리나라 교민은 약 7백명 정도이고 고려인은 2만여 명 있다. 주업은 농업, 목축업이고 체제는 자유민주주의를 견지한다.

이슬람국가이긴 하나 종교적 편견은 없으며 인접국가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처럼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전국토의 70%가 유연탄으로 자원의 효율성은 없다.

특히 겨울은 우리나라보다 춥고 긴데, 전기나 가스가 비싸고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대부분 유연탄 덩어리를 난방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원재료도 난방하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추위를 견디다 못해 동상까지 걸린다. 

그곳 키르기즈스탄에 '사랑의 연탄은행' 해외 1호점을 설립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연탄배합기술을 접목하여 연탄을 제조하는 한국형 연탄공장이 2010년 10월 수도 비쉬켁에 세워졌다. 한국형 연탄은 열효율이 좋고 사용도 편리하며 연탄가스도 없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인도 등에 비해 NGO사업이 전무한 실정이고 나눔에 대한 인식도 없어 연탄은행 설립은 의미가 컸고 그곳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곳에서 연탄 한 장은 25솜. 한화로 3백60원(1솜 한화 15원 정도)이다. 우리나라 연탄보다 1백40원이 저렴하다.

우선 저소득층과 장애우 가정, 고려인 등 3백 가구에 1백20장씩 2차례 지원하고자 사랑의 연탄 10만장을 지원했다. 키르기즈스탄 정부도 연탄은행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전 총리와 사회복지개발부 장관까지 설립식에 참석했다.

당일 설립식에 온 고려인 대표 부회장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이곳으로 이주되어 갈 곳이 없었는데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이 자신들을 받아줘 살게 되었다"며 "그동안 이 곳 사람들에게 빚진 마음이었는데 고국 민간단체가 연탄은행을 설립하고 연탄을 무료로 주니, 이 나라 사람들에게 빚을 갚은 심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탄은행은 5백원으로 운영된다. 5백원이면 신문 한 장, 아이스크림 하나도 살 수 없다. 그런 5백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연탄 1장을, 키르기즈스탄에서는 연탄 1.4장을 사서 추위에 떠는 가정을 도울 수 있다.

혹한기에 연탄이 없어 추위에 떠는 가정은 전국 10만 가구나 된다.

연탄은행은 추위에 내몰린 영세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위해 '5백원으로, 사랑의 연탄 3백50만장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가 천만, 천만 성도가 단돈 5백원만 가치 있게 쓰고 나눠도 25억이다.

하지만 25억이라도 5백원만도 못할 때가 있고 반대로 단돈 5백원이지만 25억 이상의 가치로 쓰일 때가 있다.

금년 겨울은 폭설과 혹한이 예고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5백원은 뭘까?


허기복목사
밥상공동체ㆍ연탄은행 섬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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