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자리'

자신의 '자리'

[ 논단 ]

이용남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0월 31일(월) 17:28
며칠 전 전국적으로 보궐선거가 있었다. 자신들이 그 일을 해 보겠다고 많은 후보자들이 나섰다. 그리고 자신이 그 일에 적절한 인물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맡아야 지역을 위하여 크게 기대할 만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였다. 정말 그들의 말대로라면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과는 달리 당선 전과 후가 너무 달라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자리만 탐냈지 실상은 전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하여 기대했던 사람들을 우롱한 꼴이 된다. 그래서 자리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기계도 부속이 제 자리에 있어야 전체 기계가 제대로 돌아간다. 만약 한 부품이라도 제 자리를 떠난다거나 다른 자리에 옮겨지게 되면 오히려 큰 문제를 만들어 낸다. 언젠가 미국의 유인 우주선이 사고로 폭발한 일이 있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0링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부품하나에 문제가 있어 수십억 불이 들어가는 프로잭트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한다.

사람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있어야 조직이나 단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인사를 만사라고 하여 적당한 인물을 적당한 자리에 앉혀야 한다. 이런 일은 사회만이 아니라 교회나 기독교 단체 조직도 마찬가지다. 가장 적합한 인물이 자리를 차지해야 그 조직이나 단체가 원활하게 움직여 나가게 되고 발전과 부흥이 일어난다.

교회나 기독교 단체들에게서도 사회와 다를 바 없이 자리를 놓고 서로 자신이 적합하다고 내세우며 과열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근자에 와서는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모자라거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주위에서 인정하여 추대한다는 미덕같은 것은 고전 글에서나 보는 전설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느 날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윗자리를 탐내는 것을 보시면서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23장 6절 이하에서 그들을 책망하시면서 "잔치의 윗자리와 회당의 높은 자리와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느니라"고 하셨다. 자신이 스스로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하였고 그래서 당연하다 생각하여 윗자리에 앉았고 높은 자리는 자신만을 위한 자리처럼 생각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는 생각으로 앉은 것이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문제는 스스로 자신이 그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교만이다.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 자리란 자신이 스스로 합당하다고 생각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정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 스스로가 혈안이 되어 그것을 위하여 부정직한 행위도 불사하여 금품수수라는 교회나 기독교단체에서는 단어도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다. 앞선 지도자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예수님이 들려주신 교훈에 보면 청함을 받았을 때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 때에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 앉으라 하리니 그 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이 있으리라"(눅 14: 8-10).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는 말이 있다. 물론 당연한 자연이치다. 그런데 꽃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열매가 열리는데 지장이 있다. 필만큼 피었으면 잎이나 열매에게 선뜻 자리를 내줄 줄 알아야 한다. 추한 꼴을 보이면서 내어줄 줄을 모르거나, 내려올 때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우주의 질서는 져야 할 때는 져야 하고 떠나야 할 때는 떠나야 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그 자리가 제대로 있어야 할 자리인지를 다시 생각하며 맞지도 않는 자리를 탐하는 일을 교회나 기독교 단체를 섬기는 사람들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신의 자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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