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청소년

시를 읽는 청소년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김형태총장
2011년 10월 11일(화) 18:58
성경에도 시가문학이 있다. 시편은 1백50개의 시로 돼있으며, 아가서는 요즘 연애시로도 진한 표현이 많다. 시는 절제된 언어로 압축표현을 하기 때문에 천천히 곱씹어 느껴야 하고 행간에 숨어있는 이면의 교훈까지 알아차려야 한다. 청소년들은 가을이 오면 시인이 아니라도 한 두 편의 시를 읽거나 쓰게 될 것이다. "시몬! 그대는 듣는가 저 낙엽 밟는 소리를…" 운운하는 감상의 한 두 마디는 읊조릴 수 있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시 몇 편을 같이 읽어보자. 첫째 김춘추의 '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도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둘째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도 보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셋째 고은 시인의 짧지만 강력한 시도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넷째 주자(朱子)의 권학시(勸學詩)도 청소년 때 읽어야 할 필수 시이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젊은이는 늙기 쉬우나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조그만 시간인들 가벼이 다룰소냐. 뜰 앞 잔디밭이 봄 꿈을 깨기도 전에, 계단 밑의 오동잎은 가을 소리를 울리는 구나.)"

다섯째 같은 뜻으로 도연명(陶淵明)의 철학적 시도 암송하기 바란다.
"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청년의 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도 두 번 있지 않으니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근면하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여섯째 영시(英詩)인 'A pilgrim song'을 읽어보자.
"I look up to the mountains;/ does my strength come from mountains?/ No, my strength comes from God,/ who made heaven, and earth, and mountains// He won't let you stumble,/ your Guardian God won't fall asleep./ Not on your life! Israel's/ Guardian will never doze or sleep.// God's your Guardian,/ right at your side to protect you-/ Shielding you from sunstroke,/ sheltering you from moonstroke.// God guards you from every evil,/ he guards your very life/ He guards you when you leave and when you return,/ he guards you now, he guards you always."(Psalm 121)

   
내면의 깊은 사색이나 느낌을 몇 구절의 언어 속에 담아내는 훈련도 멋있는 청소년의 삶이 될 것이다. 일기장을 꺼내 매일매일 한 마디의 경구(警句)나 격언(格言)을 써넣도록 하자.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내 자신의 말로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명구를 쓰게 될 것이다.

김형태총장/한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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