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소통'이 절실했다

백설공주는 '소통'이 절실했다

[ 예화사전 ] <75>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7월 26일(화) 16:07
얼마 전 서점에서 내 눈을 확 끄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박현희의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라는 책이다. 어렸을 때 백설공주를 읽으면 속상했던 경험이 있다. 왜 백설공주는 바보 같이 마녀에게 당하기만 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책이 그동안 내가 풀지 못했던 의문에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백설공주는 도대체 실수를 통해 배울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의 전형이었다. 그녀는 방물장수 할머니로 변장한 심술궂은 왕비를 집 안으로 끌어들여 빨간색 허리띠를 구경하다가 숨통이 조여 기절하는 변고를 당한지 며칠 되지 않아 또 다른 장사꾼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번에는 보석이 박힌 예쁜 빗이다. 결국 빗으로 머리를 빗겨 주겠다는 변장한 왕비의 잔꾀에 넘어가 다시 위기에 빠진다.

두 번이나 그녀의 목숨을 구한 난쟁이들이 '절대로' 아무도 집안에 들이지 말라는 충고를 하지만, 공주는 다시 낯선 방문자를 집으로 들이고 만다. 결국 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을 고비를 맞게 된다. 물론 위기가 백설공주를 왕자에게로 인도하는 연결고리가 되지만, 왜 공주는 그토록 당하고도 다시 낯선 이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것일까?

저자는 백설공주가 외로웠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사실 백설공주 같은 건강한 미녀가 외딴 숲속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내며, 기껏 일곱 난장이의 퇴근이나 기다리는 것은 예사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평소 아무리 잘해줘도 채워지지 않는 공주의 텅 빈 가슴. 지옥이 따로 없다. 그녀는 대화의 상대자가 그리웠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문을 열었던 것이다. 지독한 정신의 허기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 마디로 백설공주는 세상과 '소통'이 그리웠던 것이다. 왕자를 만난 후에 백설공주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기록은 없다. 아마도 내면의 욕구가 충분히 채워졌던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독교인 중에 타종교로 개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성도들에게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영적 허기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구원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그들을 어리석다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혹시 그 온전한 복음의 진리를 지니고도 우리(?)는 탐욕적 삶으로 인해 자기만족적 일곱 난장이로 전락한 것은 아닐까? 영적 허기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그들은 공주처럼 계속 문을 열게 될 것이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님의 명령처럼 기독교는 세상의 영적 허기를 충만히 채워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