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조물이었다

나는 피조물이었다

[ 예화사전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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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01일(금) 08:49

하나님 / 당신의 제단에 /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 그러나 하나님 /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중략)…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 때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한 때 문학도임을 자처했던 나는 정말, 그야말로 정말 오랜만에 이 시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령 교수가 쓴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에 실린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라는 신앙시다.

개인적인 감흥을 늘어놔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어령' 같은 종류의 사람이 싫다. 중ㆍ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공부는 어느 정도 뒤처지지 않고 남들을 따라갔지만 미술, 체육은 젬병이었다. 그때도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체육, 미술 등 각종 과목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이상한(?) 종류의 친구들을 보면 열등감에 자극을 받았는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잠잠히 묻혀 잘 지내던 나의 열등감이 이어령 교수의 신앙에 관한 몇 권의 책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는, 몇 십 년 갈고 닦아서 겨우 도달한 나의 영역을 이제 겨우 세례 받은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도달해 버렸다. 물론 뛰어난 달란트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는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진부한(?)' 표현들을 살아있게 만드는 이상한 능력을 지녔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가 교만의 반열에 서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창조적 작업을 해왔기 때문인데 하나님을 믿고 나서 자기가 피조물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피조물'이라는 내가 잘 사용하지도 않는 용어로도 저렇게 감동적인 고백을 할 수 있구나!

어느 날 나는 성전에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하나님, 늘 주님 곁에 서성이던 부족한 종을 기억하시지요. 이제 신앙 초년병에 불과한 노 지성에게 부여하신 영적 신선함을 저에게도 조금 나눠주시겠습니까. 저도 하나님의 피조물이잖아요."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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