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공개하고, 교인 참여 유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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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단 ] 4. 재정 운영의 바람직한 방향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6월 23일(목) 11:27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 중에서 80%는 종교단체의 헌금이다. 그 중에서도 개신교의 헌금액은 다른 종교단체의 헌금액을 압도한다. 교회 헌금액수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교단체 연간 운영자금에 대하여 몇 년 전에 한 신문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개신교 연간 운영자금은 천주교 3천3백90억 원, 불교 4천6백10억 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3조 1천7백60억 원이었다. 두 종교단체에 비해 거의 10배나 많은 액수이다. 하지만 비영리기관의 특성상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이렇게 많은 자금이 교회 안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지 않아 심심찮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회는 신학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해되지만, 사회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사회단체 또는 사회 조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교회는 성역이라고 얘기되고 일반 사회에서 행해지는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하지만, 현재는 일반 사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 재정이 교회 안팎에서 신뢰할만한 방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회 재정이 바람직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는 헌금을 하나님께 바친다고 생각하고 드리지만, 실제로는 교회 공동체에 드려지는 것이고 결국 교회를 위해 쓰이게 된다.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헌금을 드리는 것은 매우 신성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에서 헌금을 사용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공동체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소수의 의사결정자가 헌금의 사용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교회 재정의 거의 대부분이 평신도들의 헌금으로 충당되지만 평신도들은 헌금을 드릴 의무만 있을 뿐 헌금의 사용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정 운영에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가 개방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흔히 교회 공동체라는 말을 쓰지만, 특정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집단을 공동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헌금 사용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교회가 하는 일에 대하여 주체 의식이 강해지고 또한 헌금이 필요한 곳에 바람직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필요한 경우 자발적으로 헌금에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교회 예산에 대해서 예산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에 속한 교인들이 실제적인 집행을 하게 한 어느 목회자는 교회 재정이 투명해지고 이전보다 헌금도 더 늘었다고 한다.

재정 보고를 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효율성이다. 모든 교인들에게 재정 보고를 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또한 이로 인해 이러저러한 '말들'이 생기게 되면 교회를 운영하는 데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성격에 대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 교회가 기업과 같은 영리 조직에서 하는 것과 같이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조직인가 하는 것이다. 교회는 공동체이고 공동체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회에서는 소수에 의한 일방 결정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씨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이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들이 수입, 지출 및 세부 항목을 자의적으로 정하여 실행하는 경우가 많아 각 교회들의 보고 자료를 비교 분석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결산서에는 지출한 항목들을 가능하면 예배ㆍ선교 또는 구제 등 재정 지출이 이른바 '성경적'이라는 의미를 가지도록 변경하여 외관상 성스럽게 보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정 보고 문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고 통일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며, 자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나타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교인 수 1천명 이상의 중대형 교회들에서는 지역의 편차는 있지만 1년에  대략 20억 원 안팎의 재정이 사용되는데, 이러한 교회들의 경우, 교회 구성원들에게는 그 내용을 공개적으로 보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인을 선임하여 감사를 받아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교회에서는 내부 감사를 통해서라도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하여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교회마다 정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계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교회 정관 갖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나 실제로 교회가 정관을 갖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교회에서 정관을 마련하자면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 운영 방침에 대해 토론하여 의견을 수렴하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교회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재정 운영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교회마다 자신들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그에 따른 상세한 교회 운영 방안과 규칙과 절차를 정립해 나간다면 교회 스스로 공공 기관에 걸맞은 특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정 단체의 재정 구조는 그 단체의 특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지표 중에 하나이다. 재정은 단체의 설립 목적이나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지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서는 단순한 서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단체의 정신이 배어 있는 도덕 문서가 되는 것이다. 교회 역시 헌금의 사용이 교회가 공공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척도가 된다.

교회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단정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교회마다 처한 여건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따라야 할 원칙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큰 테두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들만을 위한 공동체로서가 아니라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고,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명제에 동의한다면 교회 재정의 얼마간은 우리의 이웃을 위해, 다시 말하면 사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대부분 교회들의 재정 지출이 사회봉사비는 물론이고 선교비조차도 전체 예산의 10%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헌금의 사용이 교회의 공공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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