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스 세파라비트'

'쿠이스 세파라비트'

[ 예화사전 ]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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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5월 24일(화) 15:32

얼마 전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됐다. 영국 특유의 전통과 품격이 드러난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1천년 된 교회, 1백10년 된 마차, 전통 복장의 호위 기마병, 왕실의 위엄, 그리고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거룩한 찬송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 오, 당신은 위대한 구세주.' 그야말로 '장엄하다'는 표현에 꼭 어울리는 예식이었다.

그러나 TV로 결혼식을 지켜볼 때 유독 내 눈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윌리엄 왕자가 입었던 빨간 장교복과 모자였다. 영국 왕족은 전통적으로 군복을 가장 명예로운 복장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는 육군 보병부대인 '아이리시 가드'의 대위 군복을 입었었고, 그 부대의 약식모자인 '포리지 캡'을 썼다. 검은 챙에 노란 줄이 반원으로 둘려져 있었다. 거기에 아이리시 가드 부대의 라틴어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쿠이스 세파라비트(Quis Separabit)'(누가 우리를 갈라놓을 것인가)

공군 소속인 윌리엄 왕자는 왜 하필 육군 제복을 입고 결혼식을 했을까? 그리고 그 중요한 예식에서 정식 모자도 아닌 약식 모자를 썼을까? 나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자에 새겨진 라틴어 구호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는 가정적으로 매우 불우했다.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이혼,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그 과정을 보면서 아마도 부모의 이혼이 주는 충격이 깊고도, 크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인생에서는 부모님의 경우와 같은 헤어짐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혼식에 굳이 그 모자를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이 결혼이 백년해로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간절한 표현이랄까?

어찌 생각하면 사랑에 빠지기(Falling in love)는 참 쉽다. 그러나 그 사랑을 평생 이어가는 것(Standing in love)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릭 프롬은 사랑을 예술(The Art of Loving)이라고 설파했을 것이다. 사랑은 결코 '기술'(technique)이 될 수 없다. 사랑을 기술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인생 끝까지 동행하는 예술의 차원으로 나갈 수 없다.

윌리엄 왕자가 인생의 과정에서 아버지를 뛰어넘어 그 누구도, 어떤 유혹도 갈라 놓을 수 없는, 그야말로 '쿠이스 세파라비트'라는 구호에 걸맞는 예술로 승화된 참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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