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레에서 부산까지

하라레에서 부산까지

[ 기고 ] 함께 생각하며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2월 16일(수) 17:03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8차 하라레 총회에 학생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 1998년 12월이었으니 10년이 넘었다. 당시 WCC와 같은 국제기구에 신학생 신분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대부분 장신대 신학생들로 구성된 10여 명의 우리 일행은 영국에 본부를 둔 CWM의 지원을 받아 지구 반대편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 총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한국 신학생들의 총회 참석에 대해 한 교회 지도자는 기독교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의 어느 교회도 하지 못한 일을 한국교회가 해냈다며 우리들의 총회 참석에 많은 관심과 환영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WCC에서 주최하는 국제 규모의 대회에 총대로 참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단, 교파, 혹은 기독교 관련 조직의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미래의 한국교회 지도자들인 신학생들을 총회에 파송함으로써 이들이 미래의 한국교회 대표요 지도자임을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를 반성해 볼 때 이러한 한국교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끄러움은 금할 길이 없지만 당시 세계교회 지도자들, 청년들과 함께 만나 교제하며 한국교회를 소개하고 예배드렸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신학생이었던 우리들은 이 땅에 세우신 하나님의 교회 안에 다양한 인종, 교단, 교파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한 하나님과 한 주를 섬기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각자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서 세상에 관영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악과 죄의 사슬에 대항하여 함께 힘을 합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갈 것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그때 함께 세계교회를 경험하고 그리스도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기로 다짐한 우리 신학생 대표들은 일부는 목회자로, 일부는 WCC에서, 또 일부는 학교에서 각자 불러주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 제10차 WCC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때의 벅찬 감격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2013년 부산 총회를 앞두고 우리 한국교회가 세계교회 지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한국교회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그들에게 보여주며 손님들을 잘 맞이하는 것도 한국교회에 부여된 과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교회야 말로 앞으로 세계교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복음의 생명력을 지닌 교회임을 증거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미래의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영적 훈련소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는 세속화와 다원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우왕좌왕하고 있는 위기에 빠진 세계 각국의 기독 지도자들에게 한국교회가 줄 수 있는 영적 자극제일 것이다. 또한 부산에서 열릴 WCC 총회가 자칫 교회 지도자들만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교회와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통해 그동안 한국교회 내에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교단과 지역 교회와의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믿음과 연대의 '오이쿠메네'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개혁의 기폭제가 되길 소망해 본다.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 때에 세계 각국의 기독 형제자매들로부터 신선한 도전과 자극을 통해 서로 배우고 연합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총회 준비에 여러 가지로 분주한 임원분들과 실무자들에게 우리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심을 기도한다.

박원빈
소망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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