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이 루브르박물관에 있기까지

'만종'이 루브르박물관에 있기까지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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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05일(수) 11:56

나는 많은 서구 화가 중에서도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가 그린 '만종'(晩鍾:1855~7)을 좋아한다. 이 그림은 해질 무렵의 빛의 효과를 이용해 시적 정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 작품으로, 저녁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한 가난한 농부 부부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드리고 있고,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흩어져 있는 속에서도, 멀리 보이는 교회당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서정적인 그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 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명화 '만종'은 프랑스의 자랑이다. 지금으로부터 1백년 전 백화점 소유주였던 알프레드 쇼사르가 80만 프랑에 이 작품을 구입해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한 후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값을 매긴다는 게 불가능한 보물이다. 만종 이외의 그의 작품인 '이삭줍기'(1857)도 루브르 박물관에 함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1850년대 당시 밀레는 물감을 살 돈조차 없는 가난한 화가였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화상(畵商) 아르투르 스테반스가 그림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1천 프랑을 지원하였다고 한다. 이 1천 프랑으로 탄생한 그림이 바로 '만종'이다.

이렇게 탄생한 만종은 1백년 만에 80만 프랑 값어치를 얻었고, 지금은 이 그림이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보물이 되었다. 가난한 화가를 위해 1천 프랑을 지원한 것이 프랑스의 국부를 일구어 내고 있는 것이다.

루브르에 돌아오기 전 '만종'은 미국 아메리카 미술협회에 팔렸는데 프랑스 측은 국회와 행정부는 물론 모금 활동까지 벌여가며 '만종'이 미국에 팔리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부자나라 미국을 당할 수는 없었다.

프랑스가 자존심이 상한 채 주저앉아 있을 무렵, 백화점 재벌 알프레드 쇼사르가 미국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만종'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쇼사르는 이 그림을 개인 자격으로 소유하지 않고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했다. 예술의 가치를 알아본 쇼사르가 없었다면 '만종'은 지금쯤 미국 어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1972년 세계동양학대회에서 고려시대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정받게 하고,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물'로 등재되게 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던 사학자 박병선 여사의 의지와 노력으로 한국이 문화민족으로 거듭나며,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 분은 진흙 속에 숨겨진 보물를 찾아낸, 한국인의 귀중한 보화라 생각한다.

김상태장로 / 면목교회,모스크바장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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