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폐가의 장판

시골 폐가의 장판

[ 예화사전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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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07일(화) 18:37

우리나라 화가 중에서 그림 인심이 좋은 분을 한 분 들라고 한다면 아마 1987년 작고하신 남농(南農) 허건(許楗) 화백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 화백은 소나무 그리기로 유명하신 분인데, 소나무 한 점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허 화백은 그 청을 거절하지 못하여 작은 종이에라도 당신의 소나무 한 점을 쳐주곤 하신 분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므로 그림을 수장하고 싶은 수장가들에게는 허건 화백의 소나무 한 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그래도 그림을 모으는 사람 축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런 남농 선생과는 달리 자기의 그림에 대해서 남다른 고집을 지닌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의 예술철학은 당신의 예술혼이 들어가 있는 작품을 손쉽게 내어 주는 걸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분들이다. 그렇게 쉽게 그림을 남에게 주지 않는 이유는 당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리라.

충청도 화단을 대표할만한 보리작가 영계 박영대 화백이라든지, 또 서울대 동양화과 명예교수 이종상 화백 같은 분들의 작품은 많지도 않을 뿐 아니라, 또한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하겠다.

특히 일랑 이종상 화백의 경우는 외고집이 있는 분으로 널리 화단에 알려져 있는데, 그 분이 서울대 현직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로 기억이 된다. 학생들과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난 어느 날, 시골 한 마을의 폐가에서 비를 피하게 되었는데, 물끄러미 주인이 버리고 간 장판, 낡고 낡은 헌 장판을 보고서, 그 장판을 뜯어 둘러메고 상경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화선지로 삼아서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을 프랑스 미술전람회에 출품했는데, 이것이 프랑스 화단에 큰 관심과 극찬을 가지고 온 일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판 위에서 가족의 희노애락이 이루어졌을텐데, 주인마저 버리고 간 그 장판을 한 예술가가 애정을 가지고 작품으로 승화시킨 점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세월 속에서 다 망가진 삶 같지만, 주님의 손에 사로잡히면 값진 인생, 멋진 인생으로 재탄생되기 때문이다. 주님이 이 땅에 오심은 건강한 자들보다 병든 자들을 치유하시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셨고,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주님께 더 가까이 가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한다.

김재남 / 목사 ㆍ아름다운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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