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일찍 도착했으면…'아찔'

하루만 일찍 도착했으면…'아찔'

[ 기고 ] 현장에서 경험한 연평도 사태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2월 02일(목) 14:40

 
연평도교회 송중섭목사의 위임예배에 순서를 맡아 지난 22일 월요일에 출발하려고 했지만 노회 관계자로부터 풍랑주의보로 배가 출발하지 않는다며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다음날 아침, 16명(목사, 장로)의 일행들이 12시에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배에 오를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바다가 잔잔하여 예정대로 소연평도를 거쳐 오후 2시30분에 연평도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배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벌써 소연평도에 도착하였다.
 
그 때가 오후 2시10분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소연평도에 하선하고 짐을 내린 다음에 다시 연평도로 뱃머리를 돌려 2시30분경에 연평도에 도착해 선실 안에서 하선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쿵쿵쾅쾅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 중에 한 분이 말하기를 아마도 우리가 왔다고 축포를 쏘는 것이라고 하기에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밖을 내다보니 마을 곳곳에 불이 치솟고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았으며 산에는 산불이 나서 여기저기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설마 북한이 포를 쏘아서 이렇게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함께 배를 타고 온 군인도 훈련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선하여 부두에서 바라본 연평마을은 화염과 연기로 가득찬 공포분위기였다. 그리고 계속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에야 북한에서 우리 군부대와 민간인 마을에 집중적으로 포를 쏘아 피해를 입힌 실제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주민들과 군인들, 그리고 이제 막 도착한 여행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행사를 준비하며 마중을 나왔던 연평교회 측에서도 당황했다. 도착한 일행들도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연평교회에서 시무하던 송중섭목사가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왔던 배로 다시 되돌아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그러자 일행들도 동감하고 여객선에 승선하였다. 승선을 할 때 약간 질서없이 서로 타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때 승무원들이 질서를 유지시키고 모든 분들을 태워 인천으로 출발을 하는데 포탄은 계속 떨어지고 연기도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배가 빨리 가야 하는데 더디기만 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배에서는 선장이 계속 승객들의 동요를 막고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질서를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승무원들도 승객들을 진정시키면서 한 시간 가량 바다로 나왔을 때, 방송과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온 나라가 비상이었고 세계적인 관심이 이 사건에 몰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 감사한 것은 우리 일행들이 날짜가 미뤄지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점이다. 하루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부두와 2백m 떨어진 연평교회가 있는 마을로 들어가서 그곳에 여장을 풀고 저녁 7시에 목사위임식에 참여했을텐데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이 소식이 세계에 타전되었는지 캐나다에 있는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교회와 성도들, 동역자들의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왔다. 옆에 있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고 상황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그런 사이에 인천 연안부두에 무사히 도착하였는데 언론사에서 총 출동했는지 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연평도 현장에서 처음으로 나온 연평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였다.
 
필자에게도 1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와 사진을 찍고 당시 상황을 묻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날 밤에 인터뷰 내용이 방송되자 전국에서 동역자들과 친척 동창 친구 교우 등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분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아직 천안함 사건이 뚜렷하게 기억되고 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 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받아 드려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기도할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한편으로 낙도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목회하기 위해 위임을 받으려 하는 동역자요 신실한 주의 종, 송중섭목사가 두 번이나 위임식이 연기되었음을 생각할 때 안쓰러운 마음이 저려옴을 느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더 기도하여야 하겠다고 체험하고 다짐하였다.

최복용
목사ㆍ인천 호산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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