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플레이어

멀티 플레이어

[ NGO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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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4일(수) 10:14

정신천
장로ㆍ한국장로교복지재단 사무국장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 직업과 관련된 생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취재해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누구나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 모두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삶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것을 확인하기 위해 어려운 미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미션의 성공에 따라 진짜 달인이라 불리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생활의 각 분야마다 달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달인, 즉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노력과 경험 그리고 헌신적인 자기몰입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사회복지분야도 달인, 즉 전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사회복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역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어느 분야보다도 달인의 경지에 이른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 사회복지사가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배운다. 일반적으로 멀티 플레이어란 자신이 맡은 일의 분야 전체를 이해하고 어떤 파트의 역할 담당이 주어지든 완벽하게 처리해 낼 수 있는 능력자를 가리킨다. 사회복지사가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욕구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멀티플레이 능력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되는 데에는 학문적 지식과 실습경험이 일부분 도움은 되지만 복지현장에서 몸담고 일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생활처럼 체득한 경험이 직접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분야의 멀티 플레이어, 즉 달인은 그 만큼 현장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와 더불어 해결함이 마땅한 문제들이 많아지면서 특별히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목회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복지 학문을 익힌 목회자의 증가는 교회가 지역공동체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현 시대의 요구에 아주 적절한 대응이라 생각한다. 복음이 세상에 전해지고 믿지 않는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기는 복지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가치 있는 일이 효과적으로 열매 맺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담당할 전문가, 즉 멀티 플레이어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의 복지사역을 지원하면서 대부분의 교회가 복지시설운영 책임자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목회자를 선정하는 것을 보아오고 있다. 목회자라도 사회복지분야의 사례담당 및 업무경험이 풍부하여 대응능력이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무를 익힌 사회복지 전문가도 시설이 설치되고 정상운영까지는 상당한 애로를 겪는다. 현실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목회자들은 사회복지 멀티 플레이어이기 보다는 목회와 선교현장의 경험이 더 많은 복음전파 분야의 멀티 플레이어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명칭이 같을지 모르지만 자신을 몰입하는 분야가 엄연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회가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목회자에게 두 분야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도록 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여러 사정으로 목회자를 영역을 초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하는 방안이 결정될 수는 있겠지만 사회는 경쟁이라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생활의 달인'에서 최종 미션을 완수해야 달인이라는 호칭을 인정해 주듯이 교회의 사회복지시설 운영도 적합하고 타당성이 갖추어진 인사 조직이 구성되어야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교회들이 잊지 말아야할 것은 사회복지의 어머니가 교회라는 사명의식과 예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의 선도자는 교회라는 것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끝만이 아니라 전체과정이 다 좋으려면 출발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원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결정했다면 좋은 끝을 위해 어떤 멀티 플레이어를 활용할 것인지 더욱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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